인터넷 포털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SK텔레콤에 이어 KT와 CJ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자 다음커뮤니케이션·NHN 등 기존 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와 해외 진출을 통해 수성에 나섰다. 포털업계에 본격적인 시장 재편이 시작된 것이다.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인터넷 포털업계의 움직임을 긴급 진단하고, 향후 판도 변화와 새로운 수익 모델은 무엇인지 전망해본다.
국내 인터넷포털 시장 재편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은 대기업 계열 포털들의 움직임이다. 이들 대기업 계열 포털은 모회사의 탄탄한 자금력이나 계열사의 지원 등을 배경으로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 기존 벤처 출신 포털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기존 포털들은 맞불 공세로 나오고 있어 유난히도 더운 올 여름만큼이나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의 시장구도는 다음커뮤니케이션·NHN 등 벤처기업 출신들이 주도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KTH, CJ인터넷등 대기업 계열들이 뒤쫒는 형국. 이 뒤쫒는 형국이 점입가경이라는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미 회원수 900만명이 넘는 ‘싸이월드’로 야후코리아를 제치고, 국내 포털업계 3위권에 진입한 상태. 지난 1일 ‘파란’을 선보인 KTH는 일단 연내에 상위권 진입이라는 단기 목표를 내걸었다.
SK텔레콤과 KT라는 거대 통신 사업자를 모회사로 둔 양사는 모두 그룹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주력 사업 반열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는 공교롭게도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과 송영한 KTH 사장이 모두 모회사의 사장 물망에 올라 있다는 배경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무선 인터넷 부문에서는 양사 모두 계열사 내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예컨대 SK텔레콤의 무선 네이트와 KTF의 매직엔이 각각 SK커뮤니케이션즈와 KTH로 넘어올 수 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유선 시장에서도 콘텐츠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부가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KTH의 경우 이미 이를 겨냥, 자사의 기업 이미지를 인터넷 포털이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게이트웨이’라는 새 개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 송영한 사장은 파란에 대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여러 디바이스를 통해 서비스 하는 ‘디지털 미디어 게이트웨이’로 키우겠다”며 “그 형태는 방송 시장에서 TV 포털, 마스터CP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음, NHN 등 기존 포털들은 경쟁력 있는 사업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해외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적 야심도 드러내놓고 있다. NHN은 지난 6월 중국의 하이훙그룹으로부터 중국 최대 게임포털 아워게임의 공동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한·중·일 3국을 아우른 100만명의 동시접속자 기반 플랫폼을 확보했다. 김범수 NHN 사장은 “한·중·일 3국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최대 포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도 지난달 일본 최대 커뮤니티 ‘카페스타’를 인수한 데 이어, 이달 초 스페인계 포털 테라라이코스를 인수하며 동아시아를 넘어 아니라 미국까지 뻗어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재웅 다음 사장은 “현재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라이코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사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인터넷 포털 업계의 이같은 ‘자웅겨루기’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에서 시장 판도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조장은 기자@전자신문,j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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