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선두 업체들은 업계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기업인수·합병(M&A)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장기간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시장 환경에 가장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M&A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해외 진출시 모두 M&A 기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실 이러한 인터넷 업계의 M&A 바람은 ‘싸이월드’의 성공이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그동안 인터넷 사업 성공을 위해 라이코스코리아 등을 인수했으나, 결국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성공으로 단기간에 다음과 네이버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제 2의 싸이월드 찾기’가 한창이다. 한 때 벅스 등이 싸이월드의 뒤를 이을 서비스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저작권 문제 등으로 조금씩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처럼 물망에 오르는 대상 업체들이 시원치 않자 인터넷 포털의 개별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M&A는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인터넷 게임 정도가 비싼 값에 팔릴수 있는 물건으로 평가되고 있는 정도다.
국내 인터넷 포털간 M&A는 이제 지식발전소가 운영하는 검색포털 ‘엠파스’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엠파스는 그동안 검색 기술을 인정받아 왔지만, 특별한 강점이 없다는 점에서 그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트래픽을 어느 정도 높일수 있는 대형 인터넷 사이트가 엠파스 외에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선두 포털들의 M&A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모 인터넷 포털 업체 사장은 “엠파스는 인수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고, 그대로 나두기에는 다른 포털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며 “다른 포털들의 행보를 지켜본 후 가격 조건 등이 적당하다는 판단이 서면 엠파스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선두 인터넷 포털인 다음·NHN·SK커뮤니케이션즈·KTH 등이 국내 중소 기업들의 M&A를 추진하고 있는 사이, 외국계 기업들은 오히려 이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구글은 지난 6월 NHN에 투자제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구글은 현재 구글 코리아를 한국에 정착시키기 위해 사장 선임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여전히 NHN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NHN 사장은 “현재 미국에서 야후 등 인터넷 기업들의 가치 평가에 비해 아직 한국 기업들은 굉장히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아직까지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인터넷 기업을 넘기는 시기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합병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야후 또한 야후 코리아를 통해 NHN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 본사에서는 수시로 M&A팀이 한국으로 들어와 M&A 물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의 서로 물고, 물리기식 M&A 작업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고 해외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NHN과 다음이 일본·중국 시장에서 이미 현지 업체를 인수해 진출했거나 인수 시도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다음의 미국 테라 라이코스 인수는 인터넷 본고장인 미국 본토 점령에 대한 야심까지 드러낸 것이어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야후·MS·구글 등 세계적 인터넷 기업과 대적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장은 기자@전자신문,j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