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활로를 찾아라](하)해외로 눈돌려야

우리홈쇼핑 본사에서는 다음 주 뜻 깊은 행사 하나가 열린다.

대만의 푸봉그룹과 우리홈쇼핑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합작 법인 ‘푸봉TV홈쇼핑’ 조인식이 그 것. 이번 행사에는 푸봉그룹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자본금 160억 원 규모로 설립하는 푸봉TV홈쇼핑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대만에서 우리홈쇼핑과 공동으로 홈쇼핑 방송에 나서게 된다.

우리홈쇼핑은 앞선 국내의 홈쇼핑 기술과 방송 노하우를 전해주고 국내 상품을 대만 고객에게 선보이는 등 홈쇼핑 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다.

‘내수용’으로 불렸던 홈쇼핑이 해외로 뛰고 있다. 상품 공급을 위한 일회성 제휴 행사가 아니라 아예 현지에 진출해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쌓은 방송 운영 노하우와 IT기술, 프로그램 제작 능력, 우수한 인적 자원 등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한몫했다.

LG홈쇼핑 조성구 본부장은 “국내 홈쇼핑 채널은 이미 각 국의 주요 방송 사업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내수 시장의 돌파구를 위한 차선책의 하나가 아닌 홈쇼핑의 미래 시장의 하나로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사업자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홈쇼핑 성공 모델 만들기’에 분주하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 ‘동방CJ’를 설립한 CJ홈쇼핑은 중국 상하이와 장쑤성 일대 580만 가구를 대상으로 상품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하루 5시간 방송이지만 500명의 콜센터 인원을 둘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우리와 비슷해서인지 MP3·디지털카메라·락앤락 밀폐용기 등 국내에서 익히 알려진 상품이 상하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전언이다.

LG홈쇼핑도 지난 6월 일본 최대 통신 판매 기업 ‘닛센’과 손잡았다. LG홈쇼핑은 닛센을 통해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카탈로그 사업 노하우를 배우고 닛센은 일본보다 발전한 인터넷몰과 TV홈쇼핑의 성장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이에 앞서 LG는 태국 상무성 수출진흥국과 태국 특산품 판매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중국 BTV와 제휴해 지난 해 12월부터시험 판매 방송을 시작했다.

현대홈쇼핑은 아예 ‘종합상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일본의 민방·유통업체와 제휴해 드라마와 상품을 함께 묶어 판매 중이다. 현대는 일본 히타치그룹의 미디어 사업본부, 잡지 ‘다까라지마’ 등과 계약을 맺었으며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한국 드라마 방송과 PPL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PPL은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 속에 광고 제품을 등장시켜 관객에게 제품의 이미지를 심어 주는 광고 기법으로, 다까라지마는 한국 드라마와 한류스타, PPL 상품과 브랜드를 지면을 통해 이를 알리고 인터넷 몰도 개설해 PPL상품을 판매키로 했다. 현대측은 “콘텐츠와 상품을 엮어 해외 수출에 주력하는 ‘종합상사’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미완의 시장’으로 여겨졌던 해외 시장이 홈쇼핑 업체의 고도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