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배터리 충전기에 대한 정부의 안전인증(EK) 기준이 한층 강화된다. 이를 계기로 국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중국산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는 제조 원가 인상이 불가피해져 그 기세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또 중국산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린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 업체들은 판매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업계 및 정부 단체에 따르면 올 들어 휴대폰 배터리 화재에 이어 충전기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휴대폰을 둘러싼 구성품에 대한 안전사고가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자 충전기 화재 방지책의 일환으로 EK 제도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기술표준원 한 관계자는 “충전기에 휴대폰 배터리의 과충전을 막는 안전장치를 내장하는 것을 골자로 ‘새로운 시험검사 규격을 만들거나’ ‘현행 시험 검사 규격을 보완하는’ 등의 두 가지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중 결론을 낸다”고 밝혔다.
특히 기술표준원은 현재 정보통신기술협회의 임의 인증제도인 TTA의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 시험 검사 규격보다 안정성 측면에서 까다로운 EK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기제품안전진흥원 한 관계자는 “올해 36건의 EK 신청 가운데 2건이 중국산이었고 지난 3월 EK를 받은 중국산 제품이 얼마 전 제주도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밝혀져 판매가 중단됐다”며 “EK 시험 규격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협회 이찬주 전임연구원도 “중국산 저가 휴대폰 충전기는 안전장치가 미흡, 폭발·화재 등의 안전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아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표준원의 이 같은 방침에 20여 개의 국내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 업체들은 판로 개척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배터리 및 충전기 화재 방지를 위해 온도·전압·전류 등을 제어하는 안전장치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 생산 원가가 중국산 대비 3∼4배 높은 탓에 유통 시장에서 안전장치가 없는 저가의 중국산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에 내몰려왔다.
넥스텔 박진수 이사는 “중국산 제품은 시험 규격이 까다로운 TTA 인증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EK 인증만을 받고 저가를 무기로 유통시장을 잠식했다”며 “강화된 EK 인증이 도입되면 중국산 제품은 원가상승으로 발을 붙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대리점인 용산 소재 스카이텔레텍 이재기 사장은 “현재 판매되는 충전기의 90% 이상은 모두 중국산”이고“현재 중국산 제품은 5000원에 팔리는 반면 국산은 1만2000원선에서 판매돼 소비자들이 국산을 찾지 않을뿐더러 대리점 역시 이윤이 높은 중국산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