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백범 김구 평전

◇백범 김구 평전/ 김삼웅 지음/ 시대의 창 펴냄

‘평화’와 ‘자유’는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보편타당한 가치다. 이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국가가 존립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는 ‘평화’와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철저히 응징한다.

 특히 분단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에서 ‘평화’와 ‘자유’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지켜야할 절대적인 가치로 인식된다. 이처럼 우리에게 소중한 ‘평화’와 ‘자유’의 가치를 물려주고자 노력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백범 김구 선생’이다.

 백범 선생이 서거한 지 벌써 반세기가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일제의 잔재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백범이 그토록 바라던 친일청산은 선생의 서거와 함께 지난 55년을 땅 속에 묻혀 있어야만 했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백범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해보는 것은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책은 본인이 직접 기술한 자서전 ‘백범일지’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그의 사상과 독립운동에 대한 논설들이 여러편 나와 있지만 백범 김구 선생의 평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에 출간된 ‘백범 김구 평전’은 선생의 삶을 과대포장하거나 신격화하지는 않는다. 단지 선생이 성실히 살아온 삶을 오롯이 담아내고 펼쳐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에게 선생의 삶 그 이상의 가르침을 안겨준다.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백범 김구 평전’을 추천하며 “김구 선생에 관한 문제별, 사안별, 시대별 따위의 단편적 전기가 아니라, 긴 생애의 시·공간적 행적을 씨줄로 하고 그의 내면적 성찰과 정신·사상적 궤적을 날줄로 엮은 총체적 서술”이라고 평했다.

 사실 백범 김구 선생과 관련된 연구만 해도 도서관을 지을 정도로 방대하다. 근·현대사를 통틀어 이 만큼 우리의 정신과 사상을 지배하는 인물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단지 선생을 혁명가와 독립투사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이 책은 선생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이미 광복 전에 삼균주의를 바탕으로 한 건국강령을 만들어 사회주의 독립운동 정당과 단체들의 임시정부 참여를 유도했다는 내용을 소개한다.

 또 선생의 연설과 언론 기고문, 어록 중 문화 사상과 관련한 부분을 발췌해 선생의 애국정신, 민주주의 정신, 통일 사상은 물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문화국가론’의 편린을 살피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과 관련해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선생의 서거와 관련된 일련의 내막일 것이다. 이 책은 지난 1995년 13대 국회에서 ‘백범김구선생암살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진상조사 보고서 중 암살 배후와 관련된 부분을 싣고 있다.

 보고서는 안두희의 단독 범행이 아닌 면밀하게 준비 모의되고 조직적으로 역할 분담된 정권적 차원의 범죄로 결론을 내린다. 다만 이승만의 사전 개입과 지시는 불투명하고, 미국의 역할에 있어 암살에 대한 구체적 지시나 명령을 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민간 부분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촉구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핍박과 억압에 대해 잘 모른다. 일제시대 대한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들의 죽음을 불사르는 항거는 그 어떤 것과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들의 정신을 계승하기는 커녕 물질만능과 도덕적, 정신적 해이로 이어져 끊임없이 서로를 왜곡하고 매도한다.

 저자는 이러한 정신적 몰락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선열들의 위대한 정신을 계승 발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올곧은 삶을 재조명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지금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