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마케팅]지구촌 스포츠 축제 IT코리아 성화 활활

13일(현지시각) 4년 만의 스포츠 축전이 또 한번 열린다. 이번엔 아테네다.

주최국도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아테네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렸다. 세상만사 잊게 해주는 스포츠 드라마만을 기다린 게 아니다. 올림픽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내 경기를 되살리는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앞선다. 2년 전 월드컵에선 좋은 성적에도 불구, 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를 만회하려 한다.

일단 조짐은 좋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로 에어컨이 바닥난 전자상가에 이제 디지털TV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전송방식 논란 종식에다 가격 인하에 올림픽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영업정지와 보조금 단속 강화로 위축됐던 이동통신시장과 핸드폰 수요도 사업자와 제조업체의 활발한 올림픽 마케팅에 힘입어 다시 활성화할 전망이다. 전자상가와 유통대리점들이 올림픽 특수에 푹 빠져들고 있다.

인터넷사업자들도 다양한 올림픽 서비스와 이벤트를 통해 TV앞으로 향하는 네티즌의 발길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쓴다.

물론 아테네올림픽 특수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지 모른다. 하지만 전자제조업체들로선 전통적인 비수기인 여름철을 나게 하고 가을 혼수와 연말 성수기를 잇게 해주는 올림픽 특수가 반가울 따름이다.

올림픽 특수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 위기를 불러온 내수 침체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TV와 같이 내수 파급력이 큰 제품의 판매가 한번 탄력을 받으면 전반적인 소비 심리와 경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가전업체와 유통업체는 물론 통신사업자, 인터넷포털까지 경쟁적으로 아테네 올림픽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이러한 기대를 현실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국내 기업 뿐만이 아니다. 아테네 올림픽의 공식 후원업체인 글로벌기업의 한국법인도 올림픽 마케팅에 적극 동참했다. 한국후지제록스도 ‘팀 제록스 한국 응원단’ 30명을 25일까지 일주일간 아테네 현지에 파견한다. 파나소닉코리아는 지난달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열었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올림픽 마케팅도 불붙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아테네의 관문인 베니젤로스공항과 피레우스 항을 축으로 주경기장에 이르기기까지 아테네 전력을 광고판으로 도배할 예정이다. 이 참에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확실히 심는다는 계획이다.

올림픽은 또한 비즈니스의 장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윤종용 부회장,이기태,이상완,최지성 사장 등 최고경영자들이 아테네 현지에 총출동해 현지 거래선 CEO와 경기를 관람하면서 관계를 돈독히 하고 사업도 협의하는 ‘의전 마케팅’을 펼친다. 펜싱협회장을 맡은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하키협회장인 신박제 필립스전자 대표도 올림픽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올림픽은 마케팅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에 충실했던 1886년 1회 아테네 대회에도 코닥이라는 스폰서가 있었다. 물론 상업주의의 극치를 보여준 아틀란타올림픽을 계기로 상업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올림픽 마케팅 자체의 중요성은 날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이유는 IT와 방송기술의 발달로 세계 시청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아테네올림픽부터 TV방송 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중계를 볼 수 있어 시청자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기업으로선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대단히 효과적인 수단인 올림픽 마케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삼성만 해도 시드니 올림픽의 무선통신기기 파트너로 2만5000대의 핸드폰 등을 공급하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 겨우 명함을 내밀었지마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올림픽은 IT신기술의 경연장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IT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기도 한다. 올 초 최지성 삼성전자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디지털방송이 확대되고 있어 아테네올림픽은 고가 LCD TV 등 디지털미디어의 수요를 부추길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도 “디지털 가전은 신기술 및 신제품에 대한 구매의욕 고조, 가격하락 추세, 각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 등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드니올림픽엔 이동통신기술이 관심을 모았다면 아테네올림픽엔 디스플레이와 디지털가전기술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올림픽 때마다 신기술을 들고 나온 스와치그룹은 이번에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전광판`으로 이전보다 4배나 밝고 선명한 화질로 선수 소개 등 다양한 정보를 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일본 등지에선 아테네올림픽 경기를 대부분 HD로 방영할 예정이다. 평면브라운관을 비롯해 LCD,PDP 등의 평판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디지털TV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디지털카메라와 DVD 수용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다.

아테네 올림픽을 참관할 양덕준 레인콤 사장은 “올림픽은 정보기술(IT) 신기술이 선보이는 장"이라며 "각국 전문가들과 IT 트렌드에 대해 의견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누가 뭐라 해도 올림픽과 월드컵과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축제는 IT산업 발전에 자양분이다. 관련 제품 수요를 창출하는 데다 미래 수요를 창출하는 신기술이 등장하는 무대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 극심한 가물에 허덕이는 국내 IT산업계는 아테네의 신들이 뿌려줄 시원한 빗줄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