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효과` 계산기 두드린다

고객관계관리(CRM)에 대한 투자대비효과(ROI) 분석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본격화되면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비용절감이 기업경영의 이슈로 대두되며 시스템투자에 대한 ROI 분석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 특히 CRM의 경우는 일부 기업들이 최근 2∼3년 전부터 전사적 CRM 구축을 위해 수백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이제 실질적인 ROI 분석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만 하다.

 보통 전사적자원관리(ERP)의 ROI 분석시기를 구축 후 18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본다면 CRM의 경우는 구축 이후 10개월이 지나면 ROI 분석이 필요하다. 경기불황에다 CRM 구축 초기와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이 CRM에 대한 ROI 분석이 이뤄져야 할 시기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LG카드 등 대형 사이트에서 ROI 분석을 시도한 바 있고 최근에는 삼양사 등이 ROI 분석을 수행하는 등 기업들의 CRM ROI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ROI 분석 기준 마련돼야=CRM ROI 분석은 사용자 혹은 공급자 둘다 절대적으로 원하고 있다.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수백억원의 돈을 들여 투자한 시스템에 대한 입장을 보고해야 할 처지가 됐고,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추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CRM 도입효과가 증명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시벨코리아의 임영란 상무는 “ROI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어 기업들이 투자가치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ROI 분석이 이뤄져야 기업들의 추가 수요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ROI 분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ROI를 분석해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CRM에 대한 ROI 기준이 체계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CRM ROI 분석에 참여했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벤치마킹 사례가 없어 사안마다 새로 기준을 마련해야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CRM에 대한 ROI의 개념이 체계화돼 있지 않고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도 구현하기 어려워 평가는 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다고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CRM ROI 분석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관계자도 “실제 CRM이 영업이익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매출 증대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턴트의 입장에서는 교과서 이론대로 ROI 분석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CRM ROI 분석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표준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CRM에 대한 지속적 투자 이뤄져야=기업이 CRM에 대한 ROI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CRM을 구축하면 ‘매출이 오를 것’이라는 과도한 오해가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또 단일 프로모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에만 치중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CRM에 대한 과도한 이상을 없애고 기존처럼 일부 프로모션에 국한된 CRM만을 생각하는 기존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DMA의 박종규 사장은 “DB마케팅(캠페인부분)에 중점을 둬온 CRM의 경우는 ROI에 대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업종에 따른 현실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운 뒤 고객접점에서의 고객관리도 함께 이뤄질 때 제대로 된 ROI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앤아이컨설팅의 박태원 사장은 “현재 기업마다 단위 캠페인별로는 ROI를 측정하고 있고 마케팅 프로그램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전사적 CRM의 ROI 분석에 대해서는 아직 이뤄지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CRM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처럼 시스템적으로만 구현해 놓은 채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않는 한 ROI 분석은 힘들다는 견해다.

 업계 전문가들은 ERP의 경우는 이미 시스템에 업무프로세스가 담겨 있는 만큼 향후 관리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CRM의 경우에는 고객 데이터를 실제 입력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