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셋톱박스업체의 올 여름은 무더웠다.
그야말로 비수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고객인 유럽과 중동지역 고객들은 아예 한달째 바캉스 중이다. 5월부터 시작된 바캉스 행렬은 7월 말이 돼서야 겨우 끝났다. 상담해줄 창구도 닫아둔 채 유럽과 중동 바이어들은 휴양지로 사라졌다.
덕분에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유지해오던 셋톱박스 월간 1억달러 이상 수출 기조가 지난 5월들어 붕괴됐다. 뚜렷한 수출라인이 확보돼 월별 수출물량이 꼬박꼬박 선적되는 일부 메이저급 셋톱박스 제조업체를 제외하고 중소형 셋톱박스 업체들은 5월 이후 수출물량 감소로 고전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조사분석팀이 한국관세무역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셋톱박스 수출은 약 9180만 달러로 지난 2월을 기점으로 이어지던 월간 1억달러 수출 기조가 붕괴됐다. 5월까지 수출 총액은 5억 2000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8%나 증가한 수치다. 이런 수출증가세도 유럽과 중동의 바캉스 열풍을 막지 못했다. 지난 2∼4월의 3개월 연속 유지해온 월간 1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마감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월 대비해 21%가량이나 줄어 들었다.
업계는 그러나 셋톱박스 수출이 견조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지상파용 셋톱박스의 수출이 크게 늘고 있으며 모두 91개국에 달하는 출라인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달부터 수요가 늘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위성방송 사업자인 DirecTV에 1억 3000만달러를 납품하는 하반기가 되면 전체 수출 물량이 크게 늘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등 8월 들어서 해외 바이어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재구축되면서 활발한 협상이 진행중이다. 눈도장을 찍기 위한 해외 출장도 늘고 있다.
휴맥스 변대규 사장은 현재 독일 출장중이다. 이달 중순경 귀국한 이후 다음달 다시 네널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수출계약 협상차 방문한다.
열림기술 김희수 사장도 내주 베트남으로 출장가는데 이어 유럽과 중동지역 연이어 방문, 수출물량 확보에 나선다. 특히 이번 출장은 중국 업체의 저가 전략에 맞서기 위한 품질 차별화 정책을 구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림기술 김희수 사장은 “셋톱박스 사업은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이라며, “업체들은 대부분 이번주 부터 향후 7,8개월 가량 바쁜 시간을 다시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