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해콘텐츠 추방 규제기관-기업 `맞손`

음란물·엽기 동영상 등 인터넷 유해 콘텐츠로 인한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를 규제하는 기관과 인터넷 기업들이 기존의 일방적인 규제 시스템에서 탈피해 핫라인, 전문 워킹그룹 등을 통한 상호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인터넷 기업들이 자율규제 시스템을 꾸준히 강화한 데 이어 청소년보호위원회 등 관련기관도 타율보다 자율규제 시스템에 힘을 실어준다는 방침이어서 성과가 주목된다.

 ◇청보위, ‘매질’보다 ‘대안 마련’ 우선=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임선희)는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하기에 앞서 우선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와 사전 토론을 통해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는 청보위가 그동안 월별로 인터넷 성매매 등을 주제로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일방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하는 방식 대신 상호 협력을 통해 기업의 자율 규제 범위를 최대한 넓혀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청보위는 지난달 실시한 ‘엽기·자살 사이트’ 모니터링에서 부각된 문제점을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기업협회와 실무 협의를 추진키로 했다.

 청보위 관계자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에 대한 기업의 문제점을 무조건 공개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개 이전에 충분한 논의를 통해 오히려 개선 경과 등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보위는 인터넷기업들의 인터넷 윤리 준수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중인 사이버윤리척도가 완성되면 인터넷기업협회와 핫라인을 설치, 모니터링 내용을 상시 공유하고 순위 공개보다 문제점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청소년보호워킹그룹’ 출범 눈앞=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인터넷기업협회는 포털 등 주요 회원사의 콘텐츠 자율 규제 책임자로 구성된 ‘청소년보호워킹그룹’을 협회 내에 결성키로 하고 오는 19일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향후 워킹그룹은 현재 각 기업이 운용중인 자율규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방안뿐 아니라 청보위 외에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유해 콘텐츠를 규제하는 각종 기관과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청보위도 사이버 윤리 척도 적용을 통한 순위 공개보다 이를 계기로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보다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라며 “이번 워킹그룹 결성도 인터넷기업의 자율 규제를 실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타 기관 확대 여부 관심=이처럼 그동안 협력보다는 ‘갑’과 ‘을’의 관계로 규정돼온 규제 기관과 기업 간 상호 협력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청소년 유해 매체를 지정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타 기관과도 ‘화해 무드’ 조성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정통윤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유해 콘텐츠 규제와 관련해 경찰 등 유관기관과는 이미 핫라인이 개설돼 있지만 타 기관과의 상호 대화 창구는 그 범위 및 방식에 있어 고민해야 할 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업계와 규제기관은 상호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으로 양측의 모니터링 작업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자율 규제로 인한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