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선출될 대통령은 디지털 대통령이다.
고화질 TV 화면을 통해 선거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자들의 긴장감, 잔주름, 복장, 말하는 태도 등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후보자 연설때마다 화면 하단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율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등 해당 지역마다 몇%가 후보를 지지하는지, 그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실제 지역감정이 있는지, 그리고 후보자별로 지지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토론 과정에서는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당 후보자의 의견이 제시될 때 그에 대한 국민 반응도 쉽게 나타난다.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처럼 복잡한 논쟁거리도, 탄핵정국을 둘러싼 국민적 갈등 사안도 쉽게 해결된다. 굳이 국민투표를 하지 않더라도 TV앞에서 리모컨만 누르면 TV 시청자의 의견이 곧바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집단이 1000만명이 넘는 대규모 여론조사도 DTV에서는 가능하다. 바로 2007년 10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DTV의 힘이다.
이런 DTV의 힘은 바로 서울을 중심으로, 특정 계층 중심으로 구축됐던 정보체계의 대변혁을 가져온다. 선거는 물론 정부나 지방정부, 특정 기업에게, 심지어는 대중오락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다. 정보 소외계층이었던 지방 거주자, 노인, 주부, 어린이가 정보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기존 TV가 일방향 메시지를 쏟아냈다면 DTV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유도한다. 수요자 중심의 통치와 행정이 이뤄지는 ‘t거버넌스(governance)’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홈네트워크 사업에는 이같은 초기 단계의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 부산·대전·광주·대구 등 광역시 등 연말까지 구축될 지방 시범단지에는 현지 지역자치단체와 연계한 각종 전자행정 서비스가 단계적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텔레매틱스 서비스와 연계해 시내 버스 운행 상황 등을 TV로 검색해 외출시 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여기에 아파트 주민 간의 공동 커뮤니티나 반상회 등도 구현돼 의견 공유와 여론 수렴이 용이해진다.
KT 디지털홈 컨소시엄의 이현정 부장은 “지역 시범사이트가 이제 막 구축되기 시작했지만 호응도가 높다”면서 “현지 지자체와 아파트 부녀회 등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맞춤형 정보와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DTV가 확산되면서 정보 분권화도 함께 진행된다. 디지털화된 정보가 가정내 TV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의 정보체계가 지역 중심으로, 일부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진 정보 독점 현상이 가정내 DTV를 통해 분산되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일방적인 대중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프로그램도 계층별, 연령별,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 진다. 맞춤형 TV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정보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일도 벌어진다.
방송 제작과정에 시청자가 직접 참여를 할 수 있다. 그간 중앙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해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지역 시청자들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아직까지 재원 마련 등 난제가 있어 지역 특화된 DTV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총국이나 지방 방송사들도 양방향 DTV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 제작을 시도할 계획이다.
여기에 양질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의 확산은 지방과 도시간 교육 기회의 격차를 줄여 지방 분권화 시대 인재양성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효용성측면에서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EBS수능강의가 첫 시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동욱 교수는 “DTV가 국민들의 다양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 행정과 정치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 기고 - "경제 재도약 촉매 기대"
< 임주환 ETRI원장 chyim@etri.re.kr>
지난달 8일 지상파 디지털 TV 전송방식이 확정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전체 DTV 판매량은 전월에 비해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때마침 8월에는 아테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이벤트가 있어서 DTV 성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디지털방송 시간의 확대, DTV 가격인하와 보급형 출시 등으로 산업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수 촉진을 위해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
DTV는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주도하는 핵심 단말기이자 디지털 문화생활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DTV는 디지털방송 관련 사업의 고도성장 및 고부가가치의 촉진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에 새로운 수요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방송장비, 셋톱박스, 캠코더, DVD 등 관련 전자산업 및 부품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이처럼 DTV는 가전업체 뿐만 아니라 부품업체, 콘텐츠 산업도 동시에 성장시킬 수 있는 산업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방송의 디지털화를 추진하여 2008년까지 향후 5년간 디지털 방송산업의 생산유발효과 229조원(기기:166조원, 서비스:63조원), 취업유발효과 126만명(기기:87만명, 서비스:39만명), 방송기기 수출액 563억 달러, 무역흑자 149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DTV 시장의 확산은 불황의 터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에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시 된다.
문제는 디지털 콘텐츠는 별도로 하고서라도 디지털 TV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최대한 앞당겨 달성하기 위해서는 DTV 수상기 보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는 기술개발과 시장경쟁력의 기반이 되어 전세계 국가들이 디지털방송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시장진입과 브랜드 이미지로 세계적인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침체된 내수를 살리는 촉매제가 되기 위해서는 DTV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를 넓혀 DTV 보급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과거 1980년대 흑백 TV에서 컬러 TV로의 전환으로 국내 전자산업이 획기적으로 육성되었던 사례에서 보듯이 디지털 TV 전환에 따른 국민경제의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우리는 초고속인터넷과 CDMA 이동전화 단말기의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DTV 성공은 바로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리나라의 DTV 관련 기술의 우위는 선진국보다 높다. MPEG 등 세계 디지털 TV 관련 특허기술의 33%를 보유하고 있다(2002년 특허청 자료). 또 국내 가전업체는 PDP, LCD 등 디지털 수상기 기술 및 생산능력의 우위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세계 표준화에 앞장서 왔다. ETRI 역시 자체 개발한 맞춤형 디지털방송 핵심기술이 `TV 애니타임 포럼`의 핵심특허로 선정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지상파, 위성, 케이블 등의 전세계 디지털 방송에 대한 로열티 수입 및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TV 시청지역 확대 등에 힘입어 2008년까지 1,460여만 대, 약 21조 원의 DTV 수상기 국내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또한 디지털 방송의 제공으로 화질 개선과 다양한 디지털 방송매체의 출현으로 광고수익 기반이 확대되고, 방송사업자의 유료 부가서비스 개발 등으로 방송사업 규모가 2004년 5조 6천억 원에서 2008년에는 약 9조 원으로 연평균 13%씩 증가할 전망이다(ETRI, "국내 디지털방송 시장전망" 2004.1).
이처럼 방송통신 융합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TV는 새로운 서비스의 발전을 가능케 하여 한국 경제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TV를 고화질 차원의 제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 방송과 전자상거래 등으로 국민 편익 증진과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TV 산업과 방송장비 및 콘텐츠 경쟁력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DTV 관련 기술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국이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절호의 성장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