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뜀박질`…전자업계 `비상`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45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자 전자업계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된 원유공급원인 두바이유가 38달러선을 넘으며 최고가 경신을 계속하면서 제조업체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철강 등 원자재 가격과 항공 등 물류비용이 올라가 원가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 제조업체들의 채산성 악화와 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트업계=LG전자는 유가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비교적 큰 DA 사업본부의 경우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가 배럴당 각각 45달러, 55달러, 65달러로 상승할 경우 약 2%, 4%, 6%의 원자재 구입비용 상승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비해 LG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한 사업본부 차원의 TDR(Tear Down Redesign) 활동을 계획하는 등 원가 절감과 가격 인상 억제를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LCD TV 전문업체인 디보스 심봉천 사장은 “TV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운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5∼10%로 적어 영향이 큰 편은 아니지만 물류비 상승이 있을 경우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상승한 원가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워 제조업체들의 채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품·소재업계=원유를 가공한 원부자재를 사용하는 드라이필름·편광판 등 IT 소재업체들이 반도체·일반 부품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고유가 직격탄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고유가 속에서 중국이 케미컬 원부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솔벤트 등 일부 원부자재는 쇼티지마저 우려되고 있는 등 내수 부진 속에서도 국내 경기를 지탱해온 부품·소재 수출 전선의 약세가 우려된다. 코오롱 한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드라이필름 제조 원가가 10∼20% 올라갔다”며 “특히 설비를 단계적으로 증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고유가 문제로 공장 가동률 저하가 우려돼 생산성 혁신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PVC·ABS·정보전자소재의 제조 원가 상승으로 수익이 줄어들고 있어 대책마련에 나섰다. 기존의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편광판·필터 등 정보전자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고부가 신사업 매출을 확대하고, 내수 의존도가 높은 산업재 사업은 미국·브릭스(BRICs)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 수익구조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냉각탑 폐열까지 회수, 재사용해 이를 통해 올해 158억원의 에너지를 절감할 방침이라고 LG화학 측은 밝혔다.

 일진소재산업도 석유화학 관련 원재료 사용을 줄인 대체 재료를 찾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 유가 인상 대책 마련에 본격 나서고 있다. SKC도 주력 제품인 광학필름 등의 원재료가 되는 DPT칩의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 유가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향후 전망 및 대책=유가 상승에 대비해 전자업계는 원가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왔다. 원자재 가격상승은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고, 이미 지난 3월 한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전자업체와 협력업체들은 이미 원가절감을 위한 구조적인 노력을 진행중이다. 다만 패널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LCD TV나 모니터의 경우 소비자 가격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원자재가 상승으로 더 하락할 수 있는데도 그만큼 혜택을 소비자들이 누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물류비용 상승은 전자업체들이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5일부터 운임을 평균 4∼5% 인상키로 함에 따라 전자 제조업체들의 운송비용도 상승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항공으로 운송하고 있는 반도체나 LCD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시세가 변동하므로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이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유가가 올라갈 경우 LCD모니터나 캠코더, 프린터 등 비행기로 운송중인 일부 제품의 경우 선박으로 돌려서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도 한국-중국의 항로 컨테이너 운임을 내달부터 TEU(20피트 컨테이너)당 50달러, FEU(40피트 컨테이너)당 100달러씩 올려받기로 하는 등 운임상승이 예정돼 있어 제조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무역협회는 최근 유가 관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공급받아 쓰고 있는 두바이유의 가격이 37달러선을 지속할 경우 평균 원유도입단가가 38% 상승하고, 무역수지는 연간 120억달러 가량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수민기자·전경원기자·한세희기자@전자신문, smahn·kwjun·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