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불안정한 주식시장 분위기 속에서 회사를 책임질 주인 없이 방치되는 IT기업이 넘쳐나고 있다.
15일 코스닥증권시장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경영목표 없이 단순 투자 목적을 가진 최대주주가 잠시 머물다 가거나 △이렇다 할 최대 주주가 없는 가운데 주식 매매에 따라 대주주가 수시로 바뀌는 기업 △창투사나 투자펀드가 최대주주가 된 기업 등 ‘주인 없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의 최대주주가 파악조차 안되는 기업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증권가와 관련업체들은 증시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주인 없는 회사’들이 발생할 수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해 최대주주가 차익실현을 위해 보유주식을 장내에 매각하는 이른바 ‘손털기’에 나설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손쉬운 M&A를 악용해 ‘머니 게임’을 하는 세력들에 대한 경계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원격감시제어시스템업체 코웰시스넷의 경우 올 초 전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 이후 투자목적의 개인사업가들이 번갈아가며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해 대표이사만 네 차례나 바뀌었고 지난 6월 마지막 최대주주의 매도 이후에는 누가 최대주주인지 드러나지 않으면서 연초 800원대였던 주가가 지난 13일 90원까지 추락했다.
최근 최대주주의 주식 매도가 이뤄진 LED디스플레이업체 이스턴테크놀로지와 보안솔루션업체 장미디어도 최대주주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경우다.
보안솔루션업체 씨큐어소프트는 외국계 투자사들의 매수·매도가 반복되면서 지난 상반기에만 최대주주가 11차례나 바뀌었다. 에스비텍·서울이동통신·ICM·세넥스테크 등은 현재 창투사가 최대주주다. 창투사는 투자원금 회수가 목적인 회사로 주가가 오르면 언제든 주식을 팔 수 있는 주주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정의석 부장은 “최대주주가 없는 회사는 아무나 먼저 깃발을 꽂으면 차지할 수 있는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라며 “기업활동을 이끌어갈 주체가 없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술투자 최범진 이사는 “기업을 인수하려는 매수자들도 많지 않아 주인 없이 표류하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승규·이호준기자@전자신문, seung·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