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다시 돌아왔다. 작년까지 국내 최장수 지사장, 국내 진출한 다국적 기업 지사 중 한국 지사 매출 규모를 본사 순위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들게 만든 장본인 등 여러 꼬리표를 달고 있었던 정형문씨가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IT일선에 나섰다.
에이템포라는 프랑스 백업 전문 기업의 한국과 일본 지사를 총괄하는 부사장. 양국 모두 아직까지 지사가 없는 상태다. 지난 95년 ‘원 맨 오피스’로 출발해 한국EMC를 만들었던 것과 겉모양은 똑같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 지사장이 아닌 한국과 일본의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무엇보다 본사 경영에 참여하는 권한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가능하면 IT 분야로 다시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업체를 바꾸면서 지사장 타이틀을 단다는 수준의 일은 더는 의미가 없다 생각했지요. 다시하게 되면 뭔가 다른 관점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회가 온 거라 봅니다.”
에이템포는 3년 전 유럽외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미국 본사를 다시 설립했지만 시장에서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다. 국내에서는 136개 고객사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은 단 ‘한’ 카피도 팔리지 않았다.
“전 직장과 비교하면 외형적으로는 가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일단 제품이 경쟁력 있다 판단했지요. 무엇보다 미국 본사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벌이려는 상황이니 경영 참여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성장을 처음부터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렸습니다.”
현재 비서 한명과 한국 지사 세트업을 하고 있는 정 사장은 “95년과 상황은 똑같지만 확실히 여유있다”며 웃는다. 법인 설립을 하는 작업부터 사무실을 구하고 사람을 모으는 일까지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나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 부사장은 일단 11월 새로운 회계연도에 맞춰 한국 지사를 본격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국 지사장 선임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내달은 일본을 방문해 일본 시장 공략도 본격 연구할 계획이다.
정 부사장의 목표는 ‘제 2의 한국EMC 만들기’가 아니다. “그들의 문화와 경영 스타일, 의사결정 과정, 각국 지사 운영 등에 직접 참여해 부딪치다보면 우리나라 IT 분야의 후배들에게 뭔가 해줄 말이 있지 않겠냐”는 정 부사장의 각오는 이미 ‘다른 차원’에 옮겨가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