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활가전업계 최대 골칫거리였던 에어컨이 올 여름에는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10년만의 더위가 찾아와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해 제조업체들의 부담으로 작용했던 재고마저 모두 소진했다.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7월과 8월 두달간 집중된 폭염으로 에어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때문이다. 업계는 당초 올 판매를 위해 생산한 물량은 물론 지난해 팔다 남은 재고까지 모두 털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팔다 남은 에어컨 재고는 약 30만대 가량으로 추산된다. 생산 및 판매량이 많은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10만대 가량, 위니아만도와 캐리어 등 타 업체들이 나머지 재고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올여름 에어컨 판매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지난해 유통업체에 판매한 물량은 이미 작년에 매출로 잡혀 올해 실매출은 크게 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재고에 대한 심적 부담을 줄이고 창고관리 및 물류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반기고 있다.
LG전자(대표 김쌍수)는 올 7∼8월 연일 계속된 열대야로 소비자 대상 판매가 작년 대비 100% 가량 늘어났고, 출하 기준으로는 50% 확대되며 재고를 거의 소진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연간 판매량으로는 작년에 비해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7월과 8월의 약진으로 상반기 예약판매 부진으로 위축됐던 에어컨 판매를 상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여름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라인의 휴가일정도 연기하며 추가생산에 들어갔으며 오는 25일 정도에 올여름 판매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 올여름 에어컨 판매를 마무리한 결과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출고량 기준으로는 작년 대비 10% 미만 늘어났지만 실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물량은 약 50%, 매출 기준으로는 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위니아만도(대표 김일태) 역시 지난달 말 올여름 에어컨 판매를 마친 결과 전년 재고분을 모두 소진하는 등 판매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하는 전자전문점 하이마트(대표 선종구)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말부터 8월초까지 무더위가 극심했던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에어컨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 이 기간 동안 매출이 작년 대비 100% 가량 늘었다.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기준으로는 작년에 비해 약 10% 정도 성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경기로 인해 상반기 에어컨 판매가 부진했지만 지난 7월과 8월 무더위가 살렸다”며 “다른 생활가전분야 제품은 역신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에어컨만이 전년 재고소진이라는 독특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