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사용되는 주요 반도체들이 국산화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최초 서비스 도입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하드웨어 제품군도 확보하게 됐다. 위성 DMB가 서비스와 함께 핵심부품 국산화가 이뤄져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또한 위성 DMB 서비스가 조기에 정착, 국내 업체들이 기술을 선도하게 되면 관련 서비스가 해외에서 시작될 때 세계 시장 진출이 쉬워질 전망이다.
◇3대 핵심 칩 국산화=일반적으로 휴대폰의 3대 핵심 칩은 전파를 수신하는 튜너, 수신된 전파를 처리하는 베이스밴드(CDM) 칩,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다루는 칩 등이 꼽힌다.
위성 DMB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주파(RF) 반도체인 튜너 칩이 방송 전파를 필요한 정보를 분리하고 이를 CDM 칩이 휴대폰에 적합하도록 처리해준다. 이 중 DMB 서비스의 영상과 음성을 멀티미디어 칩이 재처리, 액정 등으로 보낸다. 이 때문에 세 분야의 칩이 갖춰지면 DMB 단말기용 부품 대부분은 사실상 국산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의 경우 3대 칩이 최근 국산화됐지만 이 중 카메라폰용 컨트롤러 칩 부분만이 국산 제품이 주도를 할 뿐 나머지 칩들은 퀄컴 제품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 DMB에서는 시작부터 세 부분에서 국산 칩이 등장함에 따라 외산 기술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경쟁구도=베이스밴드 부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분야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도시바와 자웅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측은 PDA나 차량용 등에 적합한 칩을 내놨으며 내년 경 휴대폰 등 소형기기에 사용될 수 있는 ‘C3칩’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패권 다툼을 벌이고 여기에 군소 부품업체들의 틈새 시장을 겨냥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휴대폰용 튜너 부분에서는 적어도 국내 벤처업체인 인티그런트가 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도시바가 내놓은 것은 튜너 모듈로, 휴대폰보다는 PDA 등 크기가 큰 디바이스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위성 DMB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도시바 모듈보다는 인티그런트의 칩 탑재를 적극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멀티미디어 부분에서는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의 대표업체인 엠텍비젼과 코아로직의 멀티미디어 전문 칩이 TI의 ‘오맵’, 르네사스의 ‘SH모바일’, 퀄컴의 ‘MSM6xxxx’ 시리즈 등과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DMB 단말기 초기 모델들은 TI 및 르네사스의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며, 향후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게 되면 국산 채택이 유력시된다. 엠텍비젼 정상만 팀장은 “국내 첨단 휴대폰의 특징과 업체들의 개발 동향에 민첩하게 대응할 경우 범용 제품인 외산에 비해 가격 및 성능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남은 과제는=업계에 따르면 개발된 DMB 3대 칩이 단순히 실험실 수준이 아니라 상용화 단계에서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DMB 서비스가 시작되고 대중화 국면에 들어서면 국내 업체의 제품이 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 서비스 경쟁력 등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우수한 국내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성능을 시연, 검증을 받게 되면 보다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돼 해외 시장을 넘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코아로직 강영태 이사는 “위성 DMB 휴대폰도 일반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튜너 칩-베이스밴드 칩-멀티미디어 칩 등 국내 제품끼리 안정화되면 향후 해외 수출에서도 유사하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품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관련 서비스가 서둘러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티유미디어 서영길 사장은 “위성 DMB 서비스가 예상된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중소 제조업체들의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위성 DMB 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현재 방송법 시행령 개정, 사업자 선정 등이 조속히 이뤄져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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