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ERP시장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

▲참석자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사장/ 김길웅 소프트파워 회장/ 김동억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김영수 비디에스인포컴 사장/ 김용필 한국ERP협의회장(한국비즈넷 사장)/ 김효섭 삼진 경영전략실 이사/ 유종진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보기술사업처 처장(가나다순)

사회=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벼랑끝에 내몰린 국산 전사자원관리(ERP)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요부진에다 외산 업체들의 시장 공세까지 겹쳐 심각한 경영난으로 이대로 간다면 산업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본지는 지난 17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각계를 대표하는 ERP전문가 8명을 초청, 국내 ERP업체들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사회(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국내 ERP 관련 개발업체, 정부기관, 사용자가 한자리에 모여 토종 ERP의 우수성을 알리고 시장활성화를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가식 없는 토론을 진행해주기 바란다. 우선 국내 ERP시장이 매우 혼란스러운 것 같다. 시장의 현황과 토종 ERP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김용필(한국비즈넷 사장)=국내 중소기업들의 경기침체와 관련이 깊다. 시장상황이 어렵다보니 정보화에 대한 투자우선순위에서 ERP가 밀리고 있다. 또 정보화에 대한 의지 부족과 ERP 구축 성공에 대한 불신도 한몫 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 동안 방만하게 공급해 온 공급업체의 책임도 있다. 따라서 공급업체는 수요창출을 위해 도입의지를 불어넣고 새로운 성공사례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중기IT화 사업도 200여 군소업체가 난립한 상태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공급업체를 발굴하고 도입업체도 효과가 큰 업체를 발굴해야 한다.

△사회=그렇다면 중기IT화 지원사업의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유종진(중소기업진흥공단 정보기술사업처 처장)=정부에서는 2001년부터 3만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보화지원사업을 해왔다. 이를 통해 3500개사에 ERP를 공급했고 지난 3월 한국전산원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도입기업의 70%가 비용절감과 생산성향상의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최근 외산솔루션 업체들이 저가모델을 통해 중견기업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 대응할 국산 솔루션의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김영수(비디에스인포컴 사장)=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ERP를 개발한 토종 ERP업체는 20년 간의 축적된 기술력이 있다. 특히 국산 솔루션은 기능 면에서 국내 제조환경에 적합하고 유연하게 맞춰져 있다. 최근에는 ERP에 그룹웨어와 KM등을 접목한 차세대 ERP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웹 기반 ERP의 경우 사용자인터페이스, CRP분석, APS는 등의 기능은 외산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도입업체들이 검증했다.

△권영범(영림원소프트랩 사장)=국산 ERP는 제품의 기능이나 적용성은 외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산이 선호되는 이유는 국산 솔루션은 3류라는 인식이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ERP업체는 세계 모든 나라의 모든 산업을 지원한다. 이 얘기는 결국 국내 시장의 세밀한 실정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산 솔루션은 20년 간 국내 업체의 실정을 정확히 반영한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 또 국산솔루션은 대기업에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2003년 7월 롯데칠성 ERP구축을 마무리했다. 약 4000명 사용자 수준의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의 닷넷기반으로 구축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김길웅(소프트파워 회장)=첨언해 레퍼런스를 소개하면 하나로 통신도 있다. 미국의 모회사 제품을 걷어내고 국산 ERP를 도입했다. 하나로통신의 자산규모는 1조3000억 원이며 사업아이템도 500만개다. 다국적 솔루션만이 대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사회=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국산 ERP는 어떤가.

△김효섭(삼진 경영전략실 이사)=삼진은 자산규모가 500억 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초기 ERP 도입 시 제안서 설명을 듣는데 외산솔루션은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ERP의 경우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적용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연성 확보가 절대적이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구축에서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꼬집어 구축업체가 끌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차원에서 국산 ERP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사회=국산 솔루션이 중견기업에 성공적으로 구축된 사례가 있나.

△김영수 사장=성공적인 구축에 대한 감사패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구축업체가 사용자로부터 SW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감사패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200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동차, 전자, 건설, 화학 7개 업체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김길웅 회장=최근에 끝낸 프로젝트가 있다. 대한전선으로 이 업체의 매출액은 연간 1조5천억 원에 이른다. 특히 이 업체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포함하고 있는데 현재는 표준원가계산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김효섭 이사=삼진의 경우 국산 ERP를 도입, 현재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재 유실을 10%에서 5%로 낮췄다. 재고도 눈으로 보이는 관리가 가능해 30%정도 감축되는 효과를 봤다. 특히 해외매출의 경우 물건이 나간 뒤에도 기록관리가 안 돼 돈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일도 없어졌다. 최근에는 중국 현지공장과 데이터를 교환하는 등 전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사용하고 있다.

△사회=MS가 향후 10년간 ERP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6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향후 국내 ERP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권영범 사장=작년과 금년에 세계 ERP 시장의 변화를 보면 피플소프트가 제이디에드워드를 합병했다. 또 MS가 3년 전부터 4개의 ERP업체를 인수 합병했다. 왜 세계의 유수한 업체들이 더 덩치를 키우며 경쟁력을 갖추려 하는가를 보면 애플리케이션 시장 가운데 ERP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아직은 MS가 국내에서 강한 마케팅을 전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시장이 정리되는 후년에는 아시아시장에서도 강한 드라이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사회=다국적업체들이 국내시장을 공략한다면 반대로 기술력을 갖춘 우리도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영수 사장= 2002년과 2003년에 걸쳐 일본에 70만 달러어치의 솔루션을 수출했다. 당시 우리의 제품을 본 일본 관계자들이 기술력에 감탄을 했고 우리가 제안한 금액을 즉시 수용했다. 최근에는 한국하이네트, 미래소프트, 비디에스인포컴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 현재 3사가 업종별로 특화된 솔루션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동브랜드로 일본시장에 다시 한번 진출할 계획이다.

△김용필 사장=대만에 진출을 했는데 최근 대만 물류협회에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솔루션을 공급하고 싶다는 의견을 타진해 왔다. 대만은 그 동안 싱가포르에서 개발된 제품을 사용해 왔는데 이를 한국의 솔루션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길웅 회장=중국의 6개 기업에 대한 구축작업을 완료했다. 그 중 하나인 신성이라는 업체는 네일아트 분야에서 세계 80%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업체다. 일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출했다.

△사회=국내 ERP시장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았다. 장기적으로 성장산업이 되기 위한 선행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동억(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상근부회장)=ERP는 정부가 추진하는 3만개 정보화 사업 가운에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투자는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구축을 마친 다음에 운용하는 부분에 대한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사회=현재 대학시장에서 ERP를 대거 도입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외산 솔루션이다. 교육정보화 부문에서 먼저 국산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견지에서 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은 없는가.

△유종진 처장=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중기IT화 사업에 공급업체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실무추진기관인 중진공에서는 앞으로 구축사례, 기술인력, 재무상태 등을 감안해 우수 공급업체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구축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업체에 대한 검증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길웅 회장=국내 금융이나 국방시장에서는 국산 ERP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ERP 시스템의 구조를 보면 제조업만큼 복잡한 것도 없으며 제조업이 커버되면 관공서나 금융은 오히려 쉽다. 정부가 나서서 이들 금융과 국방분야의 시장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김동억 부회장=현재 정부의 정보화 투자예산이 너무 적다. 정보화 예산은 곧 ERP수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의 예산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는 과기정위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국회차원에서 정보화 예산이 국가전체 예산의 5%가 되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협회에서는 업체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유지보수료와 사업대가기준의 현실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전체 내용을 정리해달라.

△김용필=현재 불경기와 인력난 등으로 ERP업체들은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동기 부여를 해줘야 한다. 이는 정부의 몫이다. 또 정부지원은 여러 기관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를 통합해서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공급업체들도 외산업체들의 공세가 심하지만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업종별로 전문성을 가지고 편견을 갖고 있는 사용자들의 시각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유지보수료 현실화만큼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이것은 토종 업체들의 경쟁력에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