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소비자 주권시대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환경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전되면서 소비자 주권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나, 농수산물 리콜에서부터 가전업계, 이동통신업계의 ‘고객만족, 고객감동’ 서비스까지 갈수록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은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가전업체들이 특정 소비자의 터무니없는 요구 때문에 속을 썩고 있다. 소비자 주권 수준을 넘어 업체에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자주 생겼기 때문이다.
A기업은 최근 자사 밥솥에 문제가 생기자 리콜을 실시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리콜 광고가 나가면서 밥솥을 가져와 신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조치 됐다. 그러나 전체 밥솥 판매량 중 일부 소비자는 아직도 리콜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중 일부 소비자는 A사에 전화를 걸어 “밥솥을 반납할테니 돈을 달라”며 거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금액도 단순한 보상차원이 아니라 억대 수준이다.
생활가전 용품을 렌털서비스를 하는 B사의 경우는 최근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이 회사 제품에 이상이 생겼다며 일부 고객이 항의를 하면서 안티 운동에까지 직면했다. 인터넷 안티사이트에는 제품에 대한 내용 문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욕설, 비방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법원에 안티사이트 운영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사이트 페쇄 등 가처분신청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이트는 최근 항고심에서 사이트 폐쇄명령을 받은 상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회사의 “문제점 지적과 피해사례 수집등 일정 정도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한 점은 부정할 수 없으나 사이트에 게재된 글 대부분이 사실을 왜곡, 과장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선호출서비스, 일명 지방 ‘삐삐사업자’였던 C사도 과거를 회상하면 아찔하다. 수년전 이 회사는 이미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던 무선호출 서비스 가입자가 나날이 줄어 1만여명도 안되는 수준에 직면했다. 1인당 무선호출 이용료는 고작해야 1만원 남짓해, 모두 합쳐야 월 매출이 1억원이 갓 넘는 상황이었다. 반면 무선호출 전파를 송신하는 기지국 하나를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임대료, 전기료, 회선사용료, 유지보수비 등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 수십여개의 기지국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수십억원이 넘어 급기야 사업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일부 소비자들이 사업부문 매각을 반대하며 나섰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해당 소비자에게 신형 단말기 공급과 보상금 처리를 하려고 했으나 특정 소비자는 막무가내였다. 결과는 거액의 금품 요구였다.
가전업계는 최근 소비자 권익 보호 움직임과 맞물려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는 특정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의 경우 처음부터 정상적인 보상 절차를 거부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회사 전체에 대한 비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선의의 소비자 운동과 악의적 비방을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최근 아예 기업을 대상으로 거액의 보상을 노리는 전문꾼들의 등장하고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