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기숙사 지어주오"

‘기숙사를 지어주세요.’

 80년대 업계의 필수 시설로 자리잡던 기숙사 설립붐이 부품업계에서 다시 일고 있다. 업계는 6, 70년대 트랜지스터, 가전업체 중심으로 설립됐던 기숙사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만큼 이같은 추세에 대해 반기고 있다.

 기숙사 설립붐이 일고 있는 분야는 최근 연일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부품업계다.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연구개발에 대한 열기도 높아지면서 벤처업체의 인력이 늘자 기숙사 설립요구가 늘고 있다. 벤처기업 특성상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24시간 연속으로 업무에 매진하는 경우가 생겨나면서 기숙사 설립은 부품업계에서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사내에서 토막잠을 자는 직원들을 위해 아예 기숙사를 세워 숙식을 하게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계획이다.

 LCD 구동 IC 설계업체인 토마토LSI(대표 최선호)는 본사 건물에 기숙사를 운영중이다. 이회사는 기숙사가 모자라 최근 회사 근처에 숙소를 별도로 마련했다. 인력이 늘고 출퇴근하지 않는 직원들이 늘자 아예 인근에 기숙사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내 엔지니어들이 많아지면서 본사 내 기숙사로는 부족해 새롭게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인 다윈텍(대표 김광식)은 밤낮없이 일하기 위한 기숙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회사 주변에 아파트 3채를 임대, 직원 기숙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와 아파트가 별도로 있어 직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사옥이전을 통한 기숙사 확보를 준비중이다. 이 회사 황금천 이사는 “엔지니어들이 보통 밤에 일을 많이 한다”며 “연구실과 숙소가 붙어 있어야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어 사옥이전을 통한 기숙사 설립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기숙사를 늘리는 이유는 매출과 인력이 증가하고 원격지 출퇴근을 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당시 비좁은 사무실에 간이 침대를 놓고 생활했지만 매출이 늘면서 직원복지 향상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사내 기숙사 설립을 검토하게 됐다.

 이 회사 외에도 사무실 외에 별도로 기숙사를 두거나, 기숙사 시설을 확대 검토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에이로직스 김호기 이사는 “많은 업체들이 우수 인력확보와 업무 효율화 등을 위해 숙소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공간과 비용 문제로 기숙사 등을 설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향후 판교에 반도체 집적 단지 등이 개발되면 많은 비메모리 벤처 기업들이 여타 제조업체처럼 기숙사 등을 설치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