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인 미국 AKT와 주성엔지니어링의 특허 공방이 주성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LCD 및 반도체 전공정장치 전문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은 18일 대만에서 진행중인 특허분쟁과 관련한 미국 경쟁사 AKT의 가처분명령신청이 대만고등법원으로부터 원천무효 최종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성은 이번 판결로 대만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으며 세계시장에서 AKT와 기술력·서비스를 앞세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졌다. 특히 국내 관련업체들에도 선진국의 특허 공세에 자신감을 갖는 계기로 작용해 국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과=주성과 AKT는 지난해 10월부터 특허 침해(PE-CVD 장치)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AKT는 PE-CVD장치 관련기술인 ‘샤워헤드 기술(대만 특허 번호 152996)’을 주성이 침해했다고 통관금지를 포함하는 가처분명령신청을 냈다. 이에 대응해 주성은 전혀 연관이 없는 장비라며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의신청을 냈으며, 결국 주성의 승리로 일단락된 것이다. 그동안 주성은 AKT가 대만의 고객들을 상대로 특허침해와 관련된 루머를 조성해 대만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왔다.
◇국내 장비업계 세계시장 공략 가속화 계기=주성 측은 이번 판결은 경쟁사의 특허 침해 주장에 근거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현재 진행중인 대만 LCD업체와의 수주 협상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주성은 대만고등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 18일 대만 치메이와 추가적으로 5세대용 LCD장치 공급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대만 시장에 5세대용 LCD장치를 공급하기 시작한 주성은 올해 상반기에 3대의 장치를 추가로 선적했으며 치메이에 6대를 포함해 총 9대의 LCD 장치를 수주 잔고로 확보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특히 지금까지 외국 거대장비업계의 특허공세로 주눅이 들었던 국내 장비업계에 ‘세계시장의 벽은 이제 높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자신감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기술과 서비스 경쟁=주성엔지니어링의 이영곤 전무는 “이번 판결로 경쟁사와 소모적 경쟁이 아닌 기술·서비스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며 “특히 경쟁사의 허위사실 유포로 반신반의 하던 고객들에게 주성 장비를 구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성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플라즈마 기술을 PE-CVD장비에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제고하는 등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 또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밀착서비스로 고객들의 애로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대만 LCD장치 시장 진입 1년이 채 안된 현 시점에서 주성은 치메이로부터 3850만달러 상당의 차세대 5.5세대 장치를 수주했으며 추가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전망=AKT 측은 이번 판결을 수용할 수 없으면 10일 이내에 대법원에 상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대만고등법원이 6달 이상 자료조사·관계자 의견 청취, 전문가 의견, 이해당사자 심리 등을 통해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주성 측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 장비업체들은 역사가 긴 외국 주요장비업체에 비해 기술 및 특허 경쟁력이 밀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특정 분야별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특허 취득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특정 사안에 대한 ‘특허 역공세’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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