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무조건 기회의 땅이 아닙니다. 너무도 다른 정치·사회·경제적 구조를 이해해야 생존할 수 있고 100보쯤 앞선 시스템으로 간극을 극복해 나가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 국내 인터넷 업계를 강타한 뉴스는 ‘NHN, 중국 하이훙그룹에 1억달러 투자’였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온 이가 중국 최대 포털 ‘아워게임’을 운영하는 아워게임에셋의 김정호(36) 사장이다. NHN 부사장이었던 그가 아워게임에셋 CEO를 맡게 된 것은 지난 7월 NHN이 아워게임을 소유했던 하이훙그룹에 1억달러를 투자키로 하면서부터다.
지난 20일 아워게임에셋 간부급 인사 18명과 함께 일시 귀국한 김 사장은 마치 혹독한 전지훈련을 다녀온 운동선수 마냥 눈빛이며 옷매무새가 달라져 있었다. 중국에서 고군분투해온 그가 요약하는 중국의 위력은 궁극적으로 딱 한가지다.
“중국의 위력은 12억명을 넘어서는 인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아무리 부실한 콘텐츠라도 일단 서비스되면 수천만 명이 쓰기 시작합니다. 개별 인력이 우수하다기보다 상상하기 힘든 수의 사람이 모여있는 데서 나오는 파워죠.”
김 사장은 이에 반해 중국에서 사업을 위협하는 요소는 열두 가지도 넘는다는 것을 지난 두달간 철저히 배웠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보니 게임카드 하나를 팔려고 해도 물넘고 산을 넘어야 한단다. 게다가 성정부는 외국을 상대하는 것과 같은 비용이 든다. 개방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자국우선주의도 외국기업에게는 예측불가능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돈에 민감한 중국 노동자들은 높은 이직률로 악명도 높다. 각오는 했지만, 생각했던 이상이라는 김 사장의 설명에는 치열함이 묻어났다.
김 사장은 NHN이 중국, 일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지만, 핵심 본거지는 역시 한국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전국민의 높은 교육 수준과 새로운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은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이번에 함께 온 중국인 간부들도 NHN 본사와 일본 현지법인 NHN저팬 사무소를 차례로 방문, NHN 글로벌 전략을 교육받게 된다.
“중국인들은 아직 서비스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기업이 편한대로 설계해 놓고 사용자들이 즐기라는 식이죠. 아워게임의 서비스를 고객 편의주의 원칙에 입각해 개선해 나가는 것만으로 적지 않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사장은 내달부터 NHN에서 개발한 13개 게임을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아워게임의 덩치를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국가대표급 주자로 중국에 진출한 김 사장이 금메달을 따고 돌아올 지 승부는 이제부터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