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서비스팩2 `藥인가 毒인가`

컴퓨터의 보안 강화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배포하고 있는 윈도XP 서비스팩2(SP2)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보안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조치’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과 달리 ‘다양한 컴퓨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놓은 설익은 대안’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내에만 이미 수백만 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윈도XP 기반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윈도XP SP2를 설치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작은 삐걱=윈도XP SP2는 각종 악성코드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안 패치 파일의 설치만으로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악성코드를 막아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내 윈도XP SP2 분야를 맡고 있는 홍성학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차장은 “윈도XP SP2는 운용체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계기”라며 “차기 운용체계인 롱혼이 나오기 전까지 윈도XP SP2가 사용자의 보안 피해를 최대한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의도는 좋지만 막상 윈도XP SP2가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기 시작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IBM 본사는 자사 직원들에게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윈도XP SP2를 설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IBM은 IBM 워크스테이션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물론 다른 일반 소프트웨어와도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도 보안 소프트웨어나 게임 등 약 50종의 각종 소프트웨어가 윈도XP SP2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여기에는 웹 서버 소프트웨어, 파일 공유 소프트웨어, FTP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 등 기업에서 널리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다수 포함돼 있다.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2000, 2002, 2004나 CA의 ARC 서버, e트러스트 7.0 등 유명 소프트웨어도 포함돼 있다.

 급기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동 업데이트를 통해 윈도XP SP2를 배포하려던 계획을 연기한다고 최근 밝혔다.

 ◇포트 차단이 원인=이러한 문제 발생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보안의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통과의례이며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곧 해결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홍성학 차장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 방화벽 기능과 웹 브라우저 보안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윈도XP SP2에는 외부의 침입을 사전에 막는 방화벽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데이터가 들어오고 나가는 컴퓨터의 통로인 포트를 닫는다. 일반적으로 컴퓨터의 포트는 열려 있는 상태인데 윈도XP SP2가 이를 막는 것이다. 즉 특정 포트를 통해 데이터를 받고 보내야 하는 소프트웨어가 일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윈도XP SP2가 방해한다는 것이다.

 웹 브라우저의 기능 변화도 마찬가지다. 웹 브라우저를 통해 자동으로 실행되는 스크립트를 윈도XP SP2가 막는다. 이 때문에 스크립트 기능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중 일부에서 문제가 나타난다.

 ◇아직은 미지수=마이크로소프트는 초기에 나타난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고 윈도XP SP2의 진가가 인정을 받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또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윈도XP SP2의 설치를 도와주는 기술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주요 기업 고객을 직접 방문해 각종 소프트웨어와의 충돌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충돌 여부를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 소프트웨어도 1000개 정도의 기업 고객에 공급했다. 개인 사용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홍 차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XP SP2의 원활한 설치를 위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을 확인한 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