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유지보수료 현실화 토종업체들엔 장벽 높아

국산 솔루션업체들에 SW 유지보수료의 현실화는 넘지 못할 벽인가.

 다국적 솔루션업체들이 한층 강화된 유지보수료 정책을 내세우며 국내 영업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국산 기업용 솔루션업체들은 여전히 기존의 낮은 요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다국적 기업의 시장 공략이 맞물리면서 국산 솔루션의 유지보수료 인상이 국산 SW산업의 활로를 열어 줄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유지보수료의 인상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ERP협의회, 핸디소프트, 중소SW솔루션협의회 등이 과감한 인상정책을 발표했지만 사용자들의 반발과 업체 간 이견 때문에 실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유지보수료 현실화 성과 없다=한국ERP협의회는 지난 5월 임시총회를 통해 유지보수료를 현행 8%에서 15% 이상으로 공동 인상하는 안을 확정했으나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협의회의 결정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는 오는 9월 10일 임시총회에서 다시 한 번 업체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계획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보보호산업협회는 올해 초부터 보안관련솔루션의 유지보수료를 최소한 10%로 끌어올리는 것을 주력사업으로 추진중이나 고객사의 반발로 답보상태다.

 협회의 관계자는 “외산 업체들이 15%의 유지보수료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국내업체들이 10%로 인상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그러나 고객사들은 그동안 무료로 제공받아 온 관행을 바꾸기 힘들다며 이를 수용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국산 SW업체인 핸디소프트가 현재 8% 수준의 유지보수 비용을 단계적으로 높여 12%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을 추진중이나 일부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완전한 인상에 이르지 못했다.

 이 밖에 중소SW솔루션협의회가 설립돼 유지보수료 현실화를 주요 추진과제로 설정했으나 이렇다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산 SW 홀대가 주원인=국내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유지보수료 정책을 펴는 것은 업체 간 수주경쟁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업체들은 제안서 상의 유지보수료를 내리는 것이 현실이다.

 또 유지보수료를 받는 만큼 상응한 지원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이 다국적업체들에 비해 지원체제가 약하다는 것도 원인이다.

 무엇보다 고객들이 국산 SW를 홀대하는 경향이 유지보수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관행상 공짜로 유지보수 계약을 해 왔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는 기업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 밖에 시스템통합(SI)업체가 요율을 정하는 SW 유통도 유지보수료를 8% 이하로 떨어트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힘들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국내 SW업체들이 적정한 요율로 생각하는 수준은 적게는 15%, 많게는 20%선이다. 이 정도는 돼야 제대로 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경영의 밑바침이 된다는 것.

 김영수 비디에스인포컴 사장은 “업체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유지보수료를 20% 정도 받으면 국내 중견 ERP업체들의 경우 직원 급여를 비롯한 최소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며 유지보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은 “아직 고객사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에는 신규 유지보수 계약은 반드시 12% 이상으로 하고 이를 통해 2005년에는 전체 매출에서 유지보수료 비율을 1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경수 정보보호산업협회장은 “유지보수 현실화에 따르는 여러 난제가 있지만 국내 SW산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당국도 관련 정책 수립과 제도 정비를 위한 작업에 착수해 주목된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상반기부터 유지보수료에 대한 정책 방안을 마련중이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도 최근 정계인사들을 만나 SW산업을 설명하고 특히 유지보수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