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센터 중복 논란

 생명기술(BT)의 주요 국가 연구사업중의 하나인 국가영장류 시설 건립을 둘러싼 중복투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과학기술계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생명공학연구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해 영장류 이용전문 연구시설인 영장류 센터 및 단지 건립을 제각각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어 부처 간 이기주의에 의한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사업의 효율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과기부선 뭘 만드나=과기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생명공학연구원은 최근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연구원 제2캠퍼스에 77억원을 들여 국가영장류센터 설립 공사에 들어갔다. 국가가 운영하는 영장류센터로는 유일한 셈이다.

 생명연은 지난 20일 기공식을 한 뒤 내년 건물을 완공해 줄기세포, 장기 이식 등 재상 의학 및 난치성 질병 연구를 위한 전 임상연구 및 실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 현재 생명연이 보유중인 필리핀 연구용 원숭이 125마리를 내년까지 300여 마리, 오는 2008년까지 800여 마리로 늘린 뒤 향후 5년 후에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침팬지 연구도 시작할 예정이다.

 ◇복지부선 제주에 설립추진=복지부 산하단체인 식약청은 내년부터 오는 2014년까지 국책연구사업비 2100억원을 들여 제주도에 영장류 사육 및 시험연구시설 등을 갖춘 영장류 종합단지 건립 추진을 논의 중이다.

 식약청은 영장류 단지 건립을 위해 이미 지난 상반기 실사단을 제주에 파견, 영장류 단지 건립 후보지 7곳에 대한 실사를 벌인 바 있다. 이곳에는 오는 2010년까지 연간 8000∼1만 마리의 실험용 원숭이를 수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각계의견 분분=이를 둘러싸고 과학기술계 및 정부출연기관 관계자들은 영장류 센터 건립의 중복성에 대한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BT업계 관계자는 “연구시설 한 곳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든 상황에서 두 곳이 동시에 유사한 사업을 하는 것은 서로 망하는 길”이라며 “타당성 등을 재검토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명연 측에서는 “국가 사업이 한 곳에 집중되더라도 소프트웨어적인 운영의 틀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상황인데 굳이 식약청이 또 추진하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유사한 시설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 복지부 입장은 다소 다른 반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논의까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기획예산처로부터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사업 추진 단계를 밟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도 “오창의 경우 영장류와 관련된 국가 R&D 전문시설이고, 제주 도청이 추진 중인 국립영장류연구단지(가칭)는 향후 BT제품의 승인 등을 포함하는 종합단지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복 논란이 있더라도 향후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