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을 군사작전망 및 재난통신망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술표준을 사용키로 해 작전통신망 운용과 공공안전통신 산업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의 군사작전 차원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향후 군 통신기술 발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공공안전 통신 시스템 투자를 앞둔 시점에서 기술표준 전략 차원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의 한 관계자는 22일 “전세계 주둔 미군이 동일한 기술표준과 주파수 대역에서 디지털TRS를 구축해 공공안전망으로 운용토록 한다는 방침에 따라 하와이와 알래스카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한미군도 태평양 사령부 중심으로 망구축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재난망(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 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합동참모본부를 통해 정통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받고, 국방부와는 기지국 설비를 공동사용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 역시 소방방재청 주도의 재난망으로, 평상시 군별로 일부 운용해 온 아날로그식 TRS망을 대체해 이용하고 전쟁시엔 군사령부와 경찰조직 및 지방자치단체의 향토예비군 등을 통합지휘하는 데 필요한 작전망(통합방위작전통신망)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우리 측은 유럽 기술표준인 디지털TRS 테트라(TETRA) 방식, 미국 측은 자국의 앱코(APCO)프로젝트25 표준으로 각각 망을 구축키로 한 점이다. 두 기술은 접속방식이 시분할다중(TDMA 테트라)과 주파수분할다중(FDMA 앱코)으로 서로 달라 호환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국토방위를 강화하면서 앱코 표준으로 각 지역의 군·민 합동 방위통신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고 주한미군의 공공안전망 구축계획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TRS망이 작전망으로 쓰일 수는 있지만 전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한미 연합작전을 위한 호환이 되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분석하고 “오히려 국방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안전통신망 기술표준개발 경쟁에서 미국과의 경쟁국면에 놓이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TRS 통합작전망도 전시 활용이 가능해 한·미 양군의 호환이 필요할 수 있지만 군사작전시 주로 사용하는 작전망은 별도의 무선망으로 구축돼 있어 전혀 우려할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통신전문가는 “TRS망은 전시 작전망으로 부적절하기 때문에 미군의 앱코25 도입은 테트라와 앱코가 벌이고 있는 전세계 공공안전망 기술표준 경쟁의 일환으로 보고, 초기투자가 예상되는 국내 테트라TRS 장비 및 단말기 산업의 기술표준전략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군통신기술 연구에 미칠 영향도 함께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