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디지털 증거 분석을 전담할 ‘사이버포렌식센터(가칭)’ 설립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진됨으로써 사이버 범죄 수사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특히 이를 계기로 그동안 일부 관심있는 대학 등에서만 추진돼 온 기술 개발 및 기초 연구 작업 등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관련 전문 인력 양성 작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설립 배경=경찰청은 올 들어 주요 국가 기관에 대한 잇따른 해킹 공격과 고 김선일씨 동영상 유포 사건 등을 거치면서 사이버 테러에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추진중이다. 이 같은 조직 확대 작업의 일환으로 사이버포렌식 전담 조직을 설립키로 한 것은 날로 고도화되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대응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인터넷 환경 구축 및 이를 활용한 서비스의 증가로 컴퓨터 해킹, 전자지불 및 게임아이템 사기 사건 등 각종 사이버 범죄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또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 정부기관 등의 컴퓨터가 해킹사고의 경유지로 활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공개한 사이버 범죄 발생과 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범죄 발생 건수는 6만8445건으로 2001년 3만3289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사이버 범죄로 인한 구속자 수도 지난해 4629명으로 2001년 650명에 비하면 무려 7.1배나 늘어난 수치다. 무엇보다 통신 판매 및 게임 관련 사기와 해킹, 바이러스 유포 사범이 전체의 절반이 넘어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사이버포렌식센터, 사이버 범죄 수사 구심점으로=경찰은 이에 따라 우선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내에 ‘실’ 단위로 사이버포렌식을 전담할 조직을 구성한 뒤 이른 시일 내에 센터로 승격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센터의 인력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외부 전문가 공개 채용 등을 거쳐 디지털 증거 분석, 사이버 범죄 수사 기법 및 프로그램 연구개발 등을 전담할 인원을 가급적 많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향후 센터 내에서 사이버포렌식 요원들에 대한 전문 교육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별도의 전문 조직이 발족되면 지금까지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내 기술지원팀을 중심으로 소극적으로 이루어졌던 관련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물론, 해외 수사 기관과의 협력도 보다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 인력 확보 방안 등 과제=명실상부한 국내 유일의 사이버포렌식센터가 출범하기 위해 전문 인력 확보가 관건으로 부각됐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 나라는 현재 몇몇 대학이 비정기적으로 관련 과목을 개설, 운영하는 것 외에 별다른 교육 기회가 없어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경찰청 등 사이버 수사와 관련한 기관에도 별도의 전문 조직은 없어 체계적인 연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청은 올해도 디지털 증거 분석 요원 공개 채용을 통해 소수의 인력을 뽑아 충원하는 등 인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며 “조만간 사이버포렌식센터 설립을 계기로 자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인력 양성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