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반대 입장만을 표명했던 TV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단순한 입장 표명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력 행사에 나설 태세다. 특히 온라인 유통 채널은 카드 결제율이 85∼90%에 달해 이들 업체가 특정 카드를 거부할 경우 소비자 불편을 가중시킴은 물론 가뜩이나 움추린 내수 경기에도 ‘직격탄’을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의 반격=LG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 사업자는 지난 7월 KB카드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 적용한 데 대해 가맹점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미 수수료를 재조정하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 해지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7월 말 KB카드 측에 보낸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카드 거부까지는 힘들더라도 무이자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실력 행사도 검토중이다.
LG홈쇼핑 측은 “오프라인과 달리 전자상거래업계는 카드 결제율이 90% 이상인 상황에서 카드사와 정면으로 대응하기는 구조적으로 힘들다”며 “하지만 워낙 사안이 긴박하고 중요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카드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에서 실력 행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카드 결제 비율이 85∼90%에 달해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지만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만은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도미노 우려=이처럼 온라인 업체가 크게 반발하는 것은 한마디로 KB카드 수수료 인상 안이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KB카드는 7월 초 LG·현대·우리·농수산 등 홈쇼핑 4개사에 수수료를 기존 2%에서 2.4∼2.5%로 무려 0.4%포인트 이상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예를 들어 4000억원 매출의 0.4%포인트라면 16억원 정도가 수수료로 더 빠지는 셈이다. 대부분의 전자상거래업계가 적자에 허덕이는 시점에서 기존 수수료율보다 30% 이상 인상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상 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KB카드의 인상안이 받아 들여질 경우 BC·삼성 카드 등도 줄줄이 인상할 것이 뻔해 온라인 업체 입장에서는 오프라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판매협회 김윤태 사무국장은 “수수료를 인상하면 가뜩이나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온라인 유통업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며 “결국 수수료가 올라가면 업체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카드대란 오나=온라인업체가 카드 분쟁에 가세하고 나서면서 수수료 싸움은 전체 유통업계와 카드사의 대립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카드 사용이 빈번한 추석 대목전까지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BC카드와 이마트 두 회사의 문제에서 업계 전체의 신경전으로 번진 상황이다. BC와 KB카드에 이어 LG카드도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할인점에 대해 1.5%이던 가맹점 수수료를 업체별로 2.2∼2.5%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주 말 보냈다. 삼성카드도 9월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2.4%로 올리겠다는 인상안을 롯데마트에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카드업계와 유통업체가 입장을 좁히지 못한다면 한달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 대목에 사상 초유의 카드 대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