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육행정보시스템(NEIS)에 ‘64비트 서버 플랫폼’ 채택 여부가 리눅스에 이어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컨설팅 주관사인 베어링포인트는 “데이터 암호화에 따른 시스템 성능 향상을 고려할 때 32비트 서버는 적합하지 않다며 리눅스 적용이 가능한 단독 서버에도 64비트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권고안을 최종안으로 제출했다.
64비트 서버 플랫폼은 인텔 아이테니엄이나 AMD의 옵테론 서버 등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해 64비트 컴퓨팅을 고집할 경우 실제로 유닉스 서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비롯한 국내 주요 서버 및 솔루션 업체들은 64비트 플랫폼 우위에 대한 컨설팅 결과를 수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베어링포인트가 이런 견해를 도출하게 된 여러 ‘전제’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유닉스와 리눅스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검토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기보다 이미 유닉스로 가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끼워 맞춘 것”이라는 의구심을 나타내며 “공정한 제3의 기관으로부터 컨설팅 결과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받아야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서버 성능 평가 기준 잘못됐다=베어링포인트가 64비트 플랫폼을 권고한 기술적 이유는 △데이터 암호화에 따라 리눅스 OS의 성능이 유닉스에 비해 저하되고 △암호화 처리 능력은 대부분 칩 자체의 연산능력에 의존한다는 두가지 이유다.
국산 업체들은 이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즉 데이터 암호화에 따른 과부하와 성능 저하는 사용자들이 동시 접속, 입출력(IO) 등에서 나타나는 만큼 오히려 IO 요건으로 평가해야한다는 것. 결국 시스템 성능은 단일 칩 자체의 성능이 아닌 IO 요건을 결정 짓는 ‘버스 아키텍처·컨트롤러·디스크’를 어떤 조건으로 구성할 것인가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보안업체의 암호화 전담 팀장은 “고성능 연산 작업이 아니라면 64비트 칩이라고 해서 암호화 측면에서 모두 유리한게 아니다”라며 “학사 업무 처리 주기나 암호화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될 사용자 인증 절차를 고려할 때 IO 성능 개선이 칩 성능보다 더 중요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 일반적으로 유닉스가 리눅스 보다 암호화에 따른 성능이 균형적으로 처리된다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도 “유닉스 역시 암호화에 따른 성능 저하는 리눅스와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난다”는 이견을 제시했다.
◇원가산정 방식도 문제 있다=베어링포인트 측은 “32비트 리눅스의 경우 암호화, 동시사용자 증가 및 대형 트랜잭션 처리시 성능저하 등으로 장애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권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32비트를 사용하더라도 성능을 만족하기 위해선 규격을 두 배로 높여야하는 만큼 1500억원의 비용이 추가 소요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서버 업계에서는 “듀얼 코드를 기준으로 32비트 제온 칩 2개가 장착된 서버가 아이테니엄 칩 1개가 장착된 서버보다 더 싸다”며 가격 산정 근거에 의구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멀티코어(MP)의 경우 제온이 아이테니엄 가격과 큰 차이가 없지만 듀얼코어(DP)에서는 제온칩이 2개 장착된 서버가 아이테니엄 칩이 1개 장착된 서버보다 싸다”고 밝혔다.
또한 “32비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개키연산암호화(RSA)가속기를 장착할 경우 대당 5000만원의 비용이 추가돼 서버 2700대를 기준으로 1350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베어링포인트사의 컨설팅 견해 역시 지적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공급되고 있는 국·외산 RSA 장비(레인보우 등)는 대당 1000만원 미만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게 보안 업체들의 견해다.
◇국내 업체 해결 방안 촉구=와우리눅스를 비롯한 주요 리눅스 업체 대표들은 30일쯤에 공식 간담회를 하고 이번 결과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한편 해결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수영 와우리눅스 사장은 “동일한 서버 대수로 구현했을 때 유닉스와 리눅스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견해는 상식 밖의 이야기”라면서 “이번 결과를 도출한 근거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진흥원 측 역시 “컨설팅에서 제시된 NEIS 3개 업무의 복잡성과 난이도는 국내 여러 금융전산화, 온라인게임 등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고성능화 돼있다”며 컨설팅 결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무엇보다 보고서가 안고 있는 논리적인 모순을 그대로 지나치고 64비트의 절대적인 우위를 인정한 컨설팅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향후 다른 프로젝트에서 리눅스 도입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선·윤대원기자@전자신문, shinhs·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