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인터넷 해법 찾기](3)제2의 CDMA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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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A가 없었다면 한국이 어떻게 IT로 먹고 살 수 있었겠습니까? CDMA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공적입니다.”(정통부 관계자)

 “그 폐해도 큽니다. 칩과 단말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사다 쓰는 게 90%가 넘습니다. WCDMA에서 이를 극복해 보려 했지만 개발비를 뽑기는커녕 빈손으로 남았습니다.” (국산 장비업체 사장)

 우리나라 IT성장사에는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와 ADSL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상용화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다. 이 두 가지의 역사적인 성공이 현재의 IT강국을 만드는 토대가 됐고 신화창조의 주역들에게는 일생의 가장 중요한 이력이 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경험은 현재 IT정책 입안을 책임진 정보통신부나 IT업체들에는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2, 제3의 CDMA와 초고속인터넷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을 정점으로 성장세의 둔화를 겪고 있는 IT시장이 뾰족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우선 새로운 성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IMT2000은 사실상 초기시장 형성에 실패한 것이 큰 짐이다. 수년간 격론을 벌여 비동기식(WCDMA)과 동기식(cdma 2000 1x EVDV)으로 나눠 3개 사업자를 선정했고 후방산업 육성을 위해 핵심칩에서부터 단말기, 장비까지 모두 국산화하는 데 수년간 매달려왔다. 우리나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화를 이뤄보자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 연말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WCDMA는 8개월이 다 되도록 가입자가 1000여명대에 머물며 전국 서비스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계획도 확정짓지 못했다. 다만 정부와 약속한 2차연도 투자계획 5000억원만이라도 지켜지기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LG텔레콤이 올해 말 시작할 cdma 2000 1x EVDV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WCDMA처럼 상용서비스 시늉만 겨우 낼 예정이다.

 정부의 장밋빛 정책 전망을 믿고 국산화에 매달렸던 장비업체들은 말 그대로 빈손이다. IMT2000이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말도 나왔다. 정부가 WCDMA 서비스 활성화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2000년 IT버블이 꺼지면서 전세계적으로 3G를 보류한데다 WCDMA의 투자와 시장을 갉아먹을 수 있는 EVDO서비스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서비스 제공 의지는 낮은데 주파수 자원만 확보하려는 사업자에 사업권을 줬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휴대인터넷 장비 개발을 추진중인 삼성전자, LG전자, 포스데이타 등이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실제적으로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기술 개발과 표준 경쟁, 해외시장 진출 등이 함께 맞물려야 하는데 서비스사업자들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결국 제2의 WCDMA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당장은 사업자들이 너도나도 휴대인터넷 사업권을 따내려 하지만 정작 사업권을 확보해놓고 투자 약속을 안 지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투자를 강요할 수단도 당장 없다.

 휴대인터넷이니셔티브(PII)를 이끄는 박영일 회장은 “휴대인터넷을 제2 CDMA의 신화로 만들려면 정부의 면밀한 정책과 사업자들의 투자 의지, 그리고 장비업체들의 공격적인 기술개발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서비스와 후방 산업을 함께 활성화하는 계획을 사업자 선정 기준에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사업자가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사업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조건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