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마르는 2주간이었습니다. 나스닥 공모가 산정을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디스플레이 구동 칩 생산업체인 리디스테크놀로지의 안성태 사장(50)은 나스닥 상장 소감에 대해 힘들고 피곤했지만 보람있는 기간이었다고 답했다. 나스닥시장 입성 성공에 대한 찬사보다는 상장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극복 과정이 더 기억에 남는 모습이다.
“IR 로드쇼를 진행하면서 금융, 마케팅 등의 전문가집단의 조언을 받고, 하루에 10번 가까이 투자자들을 만나 회사를 소개했습니다. 리디스라는 회사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투자자들이 하나둘 씩 회사의 가치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성공을 예감했습니다.”
리디스는 로드쇼를 통해 주당 12∼14달러의 공모가격대를 설정하고 이 중 최대치인 14달러에 성공했다. 이때 미국 현지 경제지에는 공모 청약에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기관들이 리디스의 주식을 ‘안약에서 찔끔 떨어지는 정도의 물량’ 정도밖에 배정 받지 못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안 사장은 리디스 설립시부터 나스닥 시장을 목표로 했다. 본사를 미국에 두고 한국에서 주요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하면서 나스닥 시장이 요구하는 지표들을 하나하나 맞춰갔다. 다소 불편할 정도로 회계 기준을 맞췄다. 나스닥 상장의 중요 평가대상인 안정성과 성장성을 위해 STNLCD 드라이버 IC와 OLED 드라이버 IC 등으로 제품군도 다각화했다.
“나스닥 준비 과정을 통해 기업 경영 전반, 전문가 집단 활용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 체감했을 뿐 아니라 반도체 벤처 업체들은 기술에 의존한 것보다는 시장에 기반을 둔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는 기업은 연구소가 아니며 현금을 벌어들이면서 미래 가치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시장을 보고 움직여달라고 주문했다. 안 사장은 “처음부터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하고 이를 위해 시장을 잘 아는 사람, 국제 감각이 있는 인재를 확보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이 하루빨리 영세성을 탈피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리드스의 뒤를 이어 해외로 과감히 진출하는 것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안 사장은 생각하고 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