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 부족 사태가 당장 현실화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IDC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만간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업계가 하루 빨리 수익성을 확보해 투자 여력을 갖춰야 하겠지만 국내 IT산업은 물론 경제의 주요 인프라인 IDC 수급 대책에 대한 정책적인 접근도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늘어나는 수요=지난 2년간 IDC업계는 IT시장 침체로 업계 4위를 유지하던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EPN)가 미국 호스트웨이에 인수되고 중소 IDC업체의 잇단 도산으로 한 때 14개에까지 이르던 IDC가 현재는 2강(KIDC, KT-IDC) 1중(하나로) 1약(호스트웨이) 체제로 재편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지속적 수요가 늘고 있으며 재난복구 및 데이터복구센터(DR센터)와 기존 입주고객인 포털 및 게임업체의 전산 인프라 증설을 통해 시장규모는 지난 2003년 2200억원에서 올해는 2455억원, 내년 277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기상청이 새로 도입하는 슈퍼컴퓨터의 위탁관리를 KIDC(대표 남영우)에 맡기고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도 전문 IDC로의 입주가 결정되는 등 공공기관의 IT 아웃소싱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또 올해부터 IDC업체들도 매출 확대를 위해 ‘서버호텔’로 불리며 단순 인프라를 제공하던 형태에서 탈피해 관리형 코로케이션 서비스를 확대하고 모바일 IDC 사업, 중소규모 사업자 대상의 서버호스팅 비즈니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업체가 줄어들고 수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기존 업체들의 수익성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대로이거나 거꾸로 간다. 그간의 극심한 가격 경쟁 후유증이 지속되는 데다 정책 미비에 따른 비용 구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DC는 건물을 주요 재산으로 하고 있어 수요가 늘어나도 IDC 전용센터로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노베이션하는 데 최소 6개월∼1년의 시간과 400억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보안 및 관리가 중요해 영세 규모로는 IDC 수요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IDC업계에서 대규모 투자는 지난 2002년이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시장 성장에 대비한 선투자를 해야 하지만 지나친 원가부담과 과열 경쟁에 허덕이고 있는 업계 현실에서 추가 투자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막대한 전기료 비용이 크다. 원가부담(전기세)이 회사 매출의 10%를 넘어 시장 확대에 따른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서버의 소형화, 고성능화에 따라 단위 면적에 투입하는 전력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공업용 전기로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호스팅, 포털업체 등 큰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업체들과 IDC업계 사이에 구성된 비정상적 요금체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중소업체의 도산으로 업체 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도 수익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DC업계의 한 사장은 “내부혁신을 통해 건강한 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신규 투자는 막대한 투자비에 비해 회수(ROI)를 보장할 수 없어 미루고 있으며 이는 곧 IT 성장 둔화와 직결된다”며 “원가부담 감소와 업계 간 클린마케팅을 하는 데 정부도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