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문단속 `큰 줄기 잡기`

한국영상협회가 온라인 저작권 침해행위와 관련, 서비스업체에 책임을 묻는 것은 일반인 위주의 법적 대응이 저작권 보호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도 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저작권 권리자들이 개인 범법자 양산을 막겠다는 등의 이유로 고소 대신 합의금을 요구하는 관행에 대해 “‘저작권 보호’보다는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사회적 비난이 거세진 것도 이번 대응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국영상협회는 이번 기회에 저작권 보호 정책의 큰 줄기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보이고 있다.

 ◇불법공유는 네티즌 잘못=웹스토리지나 P2P를 통한 저작물 및 음란물 유통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관련업체들은 “공유의 장만을 마련해 줬을 뿐 이용자들이 불법파일을 주고 받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주장은 ‘저작물의 복제·전송과 관련된 온라인 서비스제공자가 타인의 저작권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고 복제·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키면 권리 침해에 관한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받는다’는 현행 저작권법 77조에 근거한 것이다.

 이 조항은 명확지 않았던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의 법률적 책임소재를 분명히 함으로써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 5월 개정때 신설된 것. 이 조항은 또 개별 구성원을 통제하기 힘든 인터넷에서 기업들의 일방적인 피해를 막는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오히려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면서 ‘책임회피용’으로 전락해 버렸다.

 ◇기업, 정말 책임 없나?=파일 공유클럽 운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서비스업체들의 이 같은 주장은 대부분 허구로 드러나고 있다. 한 클럽 운영자는 “A사의 웹스토리지 서비스에 저장공간을 두고 활동하던 중 B사로부터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출의 일정 부분을 나누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당시 B사는 A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상위 10여개 클럽에도 같은 제안을 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서비스업체들이 수익을 나누면서까지 유명 공유클럽을 유치하려는 것은 이용자 수와 공유파일 용량에 따라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신 영화자료나 음란물을 공유하는 클럽이 영입 1순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비스업체들이 직접 저작물 공유클럽을 운영했다는 충격적인 증언까지 나왔다. 또 다른 운영자는 “자료의 양이나 질이 떨어지는 클럽에 많은 혜택이 부여돼 알아보니 서비스업체가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며 “문제가 불거지자 이 회사는 다른 사람에게 운영권한을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증언이 아니더라도 당장 유명 P2P나 웹스토리지서비스를 방문해 보면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저작권 침해를 환기시키는 공지는 구석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 반면 ‘한국영화, 외국영화 미개봉작, 예정작, 최신작이 가득합니다’ 등 저작물 공유를 선전하는 클럽 홍보물은 첫페이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처벌 여부에 관심집중=한국영상협회의 이번 소송 계획 역시 기업의 책임을 완곡하게 규정한 현행 저작권법을 토대로 하고 있어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반반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업체가 ‘저작권법상 의무를 다한 것’이 될 수도, ‘침해를 방조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영상협회는 소송 준비과정에서 문제의 기업들이 저작권 침해를 방조했다는 증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증거 한두 건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수많은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법원이 ‘정황적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저작물 공유자에 대한 법률사무소의 부적절한 처사를 알리기 위해 결성된 다음카페의 ‘동녘탄핵카페’가 서비스업체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해 파일공유 클럽들과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이미 몇몇 클럽 운영자들은 영상협회 등에 업체의 저작권 침해 방조 혐의의 증거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들의 움직임이 이번 소송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윤건일기자@전자신문·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