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군사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등이 공동 개발하던 보라호의 시험 비행도중 항공 전문가 2명이 불의의 희생을 당하자 과학기술계가 침울해 하고 있다.
30일 이들의 빈소가 차려진 항공우주연구원에는 과학기술계 인사들의 애도의 물결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들은 위험이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R&D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해 국가적인 손실인데다 나이도 한창 연구에 몰두할 40∼50대여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가 단발적인 사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과학기술계는 물론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국가 R&D도중 유사사례 빈발=지난주 항공대 교수 2명의 희생 외에도 과학기술계는 국가 R&D과정에서 각종 사고로 인해 고급인력의 지속적인 손실을 입어왔다.
지난해 말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파견된 월동대원 24명을 귀환시키던 도중 대원 8명이 조난을 당해 결국은 1명이 희생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박사과정 2명이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유체역할 실험을 하다 액체 연료통이 폭발하는 바람에 박사과정생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외에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사급 연구원 3명이 과로 등으로 인해 30∼40대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져 동료 연구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구조적인 문제 “희생자만 억울”=과학기술자의 안전을 우선시하기보다는 일단 정해진 기일 내에 ‘성공적인’ 실적을 내놓아야만 하는 국가 R&D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진단이다.
KAIST의 한 교수는 “R&D를 수행한 항우연의 정확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주변에서 예산부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돈이 없어 보험 처리되거나 인력난으로 인한 비행 전 사전정비 등이 소홀해질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보상체계 허술=이들 희생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 연구원이 자신의 영달을 취하기보다는 위험한 연구시설과 열악한 근무조건 아래서도 밤을 낮 삼아 국가 R&D에 전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국가적인 혜택은 아예 없다.
실제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사고를 당한 고 전재규 대원의 경우 국가 유공자로 대우해 국립묘지에 안장하자는 여론이 있었으나 실정법에 묶여 무위로 끝났다.
고 전재규 대원의 경우 유가족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이 단순히 해당 기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국가 차원에서 유공자 대우는 정부가 전쟁이나 공무수행중에 일어난 사고에만 한정하고 있어 민간인 신분이었던 고 전재규 대원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도와줄 길이 없다”며 “국가 R&D체계상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이에 상응한 보상체계를 전체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