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기원 내실 강화냐, 외연확대냐 진로 고심

‘내실 강화냐, 외연 확대냐’

 내년 3월로 개원 10주년을 맞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원장 나정웅)이 향후 진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GIST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교수 1인당 SCI 저널 논문 게재 5.4편, 연구수탁비 5억60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할 만큼 연구 실적면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해 온 대표적 연구기관. 그러나 GIST는 최근 연구 외에 대외 관계와 역할의 재정립에 대한 안팎의 주문이 쏟아지자 기술원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광주지역 광산업계와 정보기술(IT)산업계는 GIST가 지역 전략산업 육성 및 발전에 주도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산·학·연의 협력시스템이 필요하고 대학의 기능이 중요시되는 점을 들어 GIST가 지역혁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 광통신 부품업체 관계자는 “GIST의 극소수 교수만이 지역 경제계와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라며 “정보통신·생명과학·기전공학·신소재·환경공학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유관분야에서 뛰어난 연구력을 보유하고 있는 GIST의 개방적인 활동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역 경제계의 요구에 대해 GIST 내부에서도 기존의 연구중심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K모 교수는 “논문을 작성하고 연구과제를 따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연구에만 치우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논문을 많이 발표하고 연구비를 많이 따오는 교수를 우대평가하는 시스템부터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러한 갑작스런 변화의 움직임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교수들의 외부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경우 연구력의 질 저하로 공들여 쌓은 ‘소수 정예주의의 국제적 연구중심 대학원’이라는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GIST 내부에서는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 점진적인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안병하 부원장은 “대학(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대학도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과 지역 사회의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