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문화산업진흥기금 존폐 기로

기획예산처의 ‘기금존치평가 결과’는 지난 1961년 기금을 설치한 이래 처음 실시되는 민·관 공동의 대수술로 평가된다. 1개 일반회계 118조원, 22개 특별회계 68조원, 57개 기금 285조원 등 무려 80개로 나뉜 국가의 지갑 수를 줄이려는 참여정부 의지의 발로다.

 무엇보다 △예산과 기금 간 칸막이식 운영 △기금의 유사·중복사업 지원 △기금사업의 복잡다기화 등에 따른 국가 재정관리상의 비효율성을 혁신하기 위한 기금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게 기획예산처와 민간(기금운용평가단)의 시각이다.

 특히 IT업계로서는 과학기술진흥기금과 문화산업진흥기금이 철퇴(폐지권고)를 맞은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기금은 △일반회계 재원에 의존(문화산업기금)하며 △재원과 사업 간 연계성이 미흡(과학기술진흥기금)하며 △공히 ‘사업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적다’는 점에서 폐지권고를 받았다. 대학교수, 연구원 등 26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내린 이 결론에 대해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가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 올 연말까지 진행될 부처간 의견조율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진흥기금=과기부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기금의 존속 필요성을 강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평가과정에서 부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기금이 일반 회계로 전환했을 때 어느 정도의 예산팽창이 가능할지 제시하지 못했고, 과학기술진흥기금이 가진 상징성(문화창달 및 영재육성)도 반영되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과기부는 기금운용평가단의 지적대로 기금을 일반회계로 전환할 경우 ‘지원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6112억원의 기금이 연간 2000억원씩 안정적으로 운용돼온데다 일반회계로 전환할 경우 실질적 지원액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화산업진흥기금=문화관광부는 기금운용평가단의 권고안을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금을 일반회계로 전환할 경우 영세한 문화산업체들이 기금 혜택에서 소외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시행 4년여 만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기금 폐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부는 발빠르게 문제로 제기된 △기금의 비효율적 운용 △사업중복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기금발전방안을 마련했다. 내년까지 기금 관련 데이터베이스, 성과관리시스템, 운용투명성확인시스템 등을 만들어 기금 관리를 체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2007년까지 △자산운용의 선진화 △수익률 제고를 통한 기금의 영속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용평가체계를 구축해 기금의 융자방식과 조건을 다양화하고 가치평가모델을 개발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전망=과기부와 문화부는 이번 평가결과를 ‘민간 의견의 하나’로 폄훼하는 분위기다. 또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와 기금운용평가단은 △각 부처가 기금을 ‘자기주머니’로 생각하고 △특정수혜집단이 지원 중단을 우려하기 때문에 기금정비에 소극적이라는 시각에 근거, 확고한 개선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주목된다.

 기획예산처는 오는 12월까지 관계 부처 의견수렴, 당정협의, 공청회 등을 통해 기금정비 방안을 확정한 후 내년 2월부터 관련 법률개정과 조직통합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곧 과학기술 및 문화산업 진흥기금 수혜기관별로 복잡다기하게 얽힌 관리체계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불러올 전망이다.

이은용·이진호기자@전자신문, eylee·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