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2를 향해 시위를 당겨라

바젤Ⅱ에 대비한 금융권의 대응 체계 구축이 가시화되면서 이 시장을 겨냥한 기업용 솔루션업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조흥은행, 하나은행 등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바젤 컨설팅 사업의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관련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찌감치 바젤 솔루션 시장을 조준해온 한국IBM과 금융 전문 솔루션업체들에 이어 전사자원관리(ERP)·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등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들까지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시장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배경=바젤Ⅱ는 지난 88년 제정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규제 제도가 금융시장의 변화와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새롭게 발의된 자산건전성 감독기준으로 이를 충족하기 위한 신용·운영·시장 리스크 관리체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민은행·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의 바젤 관련 컨설팅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해당 시스템 구현을 위한 솔루션 선정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또 대형 은행의 바젤 대응 동향을 주시하며 자사에 적합한 바젤 체계 구현을 검토중인 중소형 은행들의 수요도 내년 초부터는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솔루션업체들은 국내 금융권의 잠재수요에 주목하고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아직까지 관련 솔루션 시장에서 뚜렷한 강자로 부각되는 제품이 없는 만큼 시장선점이 향후 잠재수요 견인에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치열한 물밑 경쟁을 진행중이다.

 ◇솔루션업계 동향=최근 바젤 솔루션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업체들의 면모를 보면 기존에 일반기업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졌던 업체들의 신규 가세가 두드러진다. ERP 시장에서 맞서왔던 오라클과 SAP의 대결이 금융권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바젤 솔루션 시장에서 이들이 펼칠 경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SAP는 유럽에서 준거(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한 코어뱅킹 솔루션과 바젤 솔루션(뱅크애널라이저) 등의 국내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라클은 이번 주에 본사 은행 및 리스크관리 담당 부사장이 방한, 자사의 바젤 지원전략과 관련 솔루션을 소개하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오라클이 이번에 선보이는 바젤 솔루션은 전세계 지사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으로 국내 바젤 시장수요에 대한 오라클의 강한 의지를 시사했다.

 BI업체들의 바젤 특수 경쟁도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올초부터 바젤 솔루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SAS코리아. SAS는 현재 우리은행 운영리스크 부문에 자사의 솔루션인 오피리스크 공급을 앞두고 있는데다 국민은행의 신용리스크 솔루션 부문에서도 SAP, 선가드 등과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경영·성과 관리 솔루션으로 잘 알려진 한국하이페리온도 리스크 관리 솔루션 영업에 돛을 올리고 현재 시장연대에 나설 시스템통합(SI) 업체를 물색중이다.

 이 밖에도 금융공학 솔루션업체인 매스웍스코리아를 비롯해 국산 업체들인 누리솔루션, 코마스 등도 바젤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또 알고리드믹스도 동양시스템즈와 판매계약을 하고 국내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다.

 ◇전망=지난 7월 액센추어가 바젤 투자와 관련해 전세계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형 은행(총 자산 1000억달러 이상)의 경우 바젤 대응체계 구현에 약 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의 바젤Ⅱ 관련 IT투자(컨설팅, 솔루션, SI 등 포함) 규모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은행당 평균 200억∼300억원, 전체로는 약 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바젤 시장은 대체로 2006년 말 대응체계 완성을 목표하고 있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조흥은행, 하나은행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은행의 수요를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솔루션업체들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민은행이 이달에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는 신용리스크 부문의 사업자 선정결과가 초기 시장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