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을 위해 정부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매칭펀드 대기에 너무 벅차다.’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의 각종 연구개발(R&D) 공모사업에 대한 대응투자를 크게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열악한 재정상태에 있는 전라북도·부산시·광주시·대전시 등 대부분 지방·광역자치단체들이 사업비 감당을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사업 우선순위나 투자효과에 대한 명확한 검증 없이 대응투자를 결정해 놓고 지역경제계 등으로부터 빗발 같은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국가균형발전차원의 대형 국책R&D프로젝트 대신 각 정부부처의 소규모 R&D 사업수주에만 열을 올리는 지자체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 일각에서는 “재정상태가 다른 지자체 간 위화감 조성은 물론, 지역지역균형발전이란 사업 본래의 취지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정부의 R&D사업이 지자체의 재정난과 낙후 정도를 감안한 적정한 평가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R&D 투자비 마련에 지자체 허리 휜다=정부가 추진한 지방대혁신역량강화사업(NURI) 사업은 지자체 매칭 비율을 5∼10%, 지역혁신특성화사업 역시 전체 사업비의 10%를 지자체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전북도는 이미 확정된 정부 R&D 공모사업 중 총 486억원을 확보하느라 초비상 상태다. 전북도의 지방비 부담액을 보면 나노기술집적센터 사업 370억원·지역협력연구센터 사업 74억원·지역기술혁신센터 사업 21억원 등으로 지자체로서는 과부하일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광주시도 올해부터 5년간 나노기술집적센터 100억원을 비롯해 NURI사업 68억원, 지역혁신연구센터 등 각종 연구센터 지원 60억원 등 부담액이 200억원을 넘기면서 재정난 가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매칭 펀드 사업예산으로 총 6개 사업에 61억여원을 책정한 대전시 역시 지난해 5개 사업 38억2000만원에 비해 지방비 부담예산이 40% 가까이 늘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부산시 역시 추가예산을 편성해 대응투자를 준비하고는 있으나 88억원에 달하는 NURI 사업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학과 지자체 실무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가 80% 가까이를 부담하고 나머지 일정 부분만 지자체에 부담토록 했으나 지금은 지자체 부담분을 사업계획서 평가에 주요 항목으로 넣어 울며 겨자먹기식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와 소규모 R&D로 방향선회=우여곡절 끝에 광주시와 공동으로 나노기술집적센터 사업을 유치한 전북도는 아직까지 이 사업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더욱이 광주는 부담액이 100억원인데 반해 전북은 370억원을 대응투자해야 할 상황이이서 지역 경제계의 비난에 난감해 하고 있다.
전북지역 벤처기업 이 모 사장(38)은 “정부가 추진하는 R&D 사업을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며 “지자체에 많은 부담을 주는 정부도 책임이 있지만 치밀한 분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신청한 지자체에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정부지원자금에 대한 대응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함에 따라 지자체가 사업을 제안해 정통부나 행자부 등 정부로부터 별도로 소규모 사업비를 따오는 형태로 R&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도 대응투자비 마련 문제로 정부의 R&D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획일적인 평가시스템 개선 시급=대전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R&D 사업이 지자체 매칭 펀드를 의무화하면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와 그렇지 못한 지자체 간에 위화감마저 돌고 있다”며 “대다수의 R&D 사업들이 국가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지방에 떠 넘기기보다는 국가가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R&D 사업의 관리와 평가는 모두 중앙에서 이뤄진 반면 지자체는 예산만 부담하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이뤄지면서 ‘지자체는 들러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투자 가용 재원이 서로 다른 지자체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더욱 낙후될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재정력을 감안해 매칭펀드를 교부금 형태로 차등 적용하는 등의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