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지난달 31일 기금 통폐합 방안을 전격 발표하자, 통합 대상 기금과 그 기금을 주 예산으로 운영해 온 기관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통폐합 기금 숫자가 당초 예상보다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안은 부처간 협의와 2006년 2월 법령개정을 통해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기금에서 예산을 확보해 온 이들 기관은 향후 일반 예산에서 기관 및 사업 예산을 확보해야 처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을 중심으로 통합될 것으로 발표되며 존립 자체까지 흔들리고 있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가운데 만약을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술신보·신보= 최근 수년간 감사과정에서 통합 필요성이 거론됐으나 실제로 진행되지 않았던 것을 상기하며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심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술신보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말 재정경제부가 신보와의 업무중복에 따른 문제점 해소방안을 제시했으며 우리도 그에 맞춰 로드맵을 짜고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며 이번 발표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기술신보 노조 관계자도 “이번 평가결과는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며 “생존권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앞으로 추이에 따라 노조차원에서 한국노총과 공조를 하는 등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술신보를 통폐합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 신보 또한 결코 달가운 소식만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신보 한 관계자는 “기술신보만큼 충격이 크지는 않지만 기술신보의 부실 정도가 심각한데다가 여러 기금이 합해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거쳐야할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과기계 관련단체=일반 회계가 아닌 과학기술진흥기금으로부터 예산을 받아온 관련 기관들은 이번 기금 폐지안으로 예산이 축소에 높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기술인총연합회, 아태이론물리센터 등 과기부 산하 기관 및 단체들이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은 과학기술진흥기금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받고 있다. 이 예산의 상당부분은 올해 4월 시작된 범국민 과학문화 확산 운동인 ‘사이언스코리아’에 사용되고 있으나 기금이 없어질 경우 일발 예산에서 확보에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기금이 통폐합될 경우 올해 시작된 사이언스코리아 운동 등의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예산의 경우 기획예산처에서 일반 회계로 집행이 어려워 기금에서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을 제안받았는데 다 시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단체의 관계자는 “과학기술진흥기금이 없어지면 또다시 예산확보를 위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일반 회계에서 예산을 따내는 과정에 더욱 큰 업무중복이 나타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준배·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