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동통신사, 음원 저작권자들이 추진했던 이른바 ‘MP3폰 이해당사자’ 간의 협상이 1일부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초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던 LG텔레콤에 이어 KTF가 1일 MP3폰 파일 이용기간 제한조치를 해제했고 SK텔레콤도 조만간 여기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본지 9월 1일 2면 참조
KTF가 이용제한조치를 해제한 1일 이해당사자 간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소비자는 크게 환영하고 나선 반면 음원권리자 등 저작권 관련 단체들은 강력 대응을 주장하고 나섰다.
◇MP3폰 제한 해제, 당연한 결과=KTF가 MP3폰 개인 보유파일 이용기간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한 것은 이해당사자 간 합의됐던 MP3폰 재생기능 제한조치가 결국은 실패한 디지털 저작권 보호 정책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SK텔레콤이 KTF의 길을 따르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사를 겨냥한 조치가 이동통신 3사 모두에 거부당한 셈이 된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의 이 같은 움직임은 소비자로부터 크게 환영받았다. YMCA 등과 함께 소비자권리 찾기를 주도해온 모바일사용자연합 박정섭 의장은 “KTF의 이번 제한 재생조치 해제는 MP3폰에 제한을 거는 것이 저작권 보호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 단체 “강력 대응”=저작권 단체들은 이번 KTF의 결정에 대해 ‘음원 공급 중단’과 강력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발표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에 들어갔다. 우선 한국음원저작권협회는 1일 KTF의 ‘매직엔(http://www.magicn.com)’에서 음악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사용 중지와 그동안의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와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이 포함된 온라인음악저작권단체협의회가 음원 공급 중단 및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음원 공급중단을 ‘무기’로 내세우는 저작권 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등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LG텔레콤이 협상에 미온적일 때도 똑같은 공세를 가했지만 LG텔레콤은 오히려 MP3폰 시장에서 경쟁사에 앞서가는 등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지난 5월 LG텔레콤의 경우처럼 당분간 저작권 단체와 KTF 간 대립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저작권 단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MP3폰이 불법 파일을 조장하는 주범’이라는 식의 여론 몰이에 나서는 등 KTF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SK텔레콤이 MP3폰 해제를 공식화할 경우에는 이동통신사와 저작권 단체들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어느 편도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립 구도를 고집하는 것은 소모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MP3폰이 불법 MP3 파일을 조장한다는 근거도 미약한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업체 등에 특정 스펙을 강요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소비자의 사적 복제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양측이 서로의 권리만 강조할 경우 소비자로부터의 외면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사용자연합 박정섭 의장은 “‘72시간 이용제한’ 등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면서까지 음원 권리자를 보호하겠다는 계산은 실패로 드러났다”며 “무료 MP3 파일보다 이득이 많은 유료 MP3 파일을 개발해야 할 것이고 이해당사자들 역시 음원 권리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