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룹은 다국어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표준화된 형식으로 제공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 제37분과(전문 용어와 언어자원관리) 연례 총회에서 로랑 로마리 ISO 제37분과 언어자원관리(SC4) 그룹 의장(40)을 만났다. 프랑스 수퍼렉에서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전공한 그는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전산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 실력파 엔지니어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프랑스 국립정보기술·자동화연구소(INRIA)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002년 당시 ISO 제37분과에 신설된 SC4 그룹의 초대 의장직을 맡으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언어 자원 관리의 일관성과 표준화를 추구하기 위해 설립된 SC4 그룹은 신설된 지 불과 3년도 되지 않았지만 분과내 5개 그룹 중 기존 전통 언어 관련 그룹을 제치고 가장 주목받는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미국, 중국 등 세계 16개 국가에서 SC4 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로마리 의장은 이같은 SC4 그룹의 비약적인 발전 배경에 대해 IT산업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각국별로 통용되던 단순한 언어 자원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상에서 확대·통용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언어의 표준화 방안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동영상 전문가그룹(MPEG)을 비롯해 e러닝 등 대부분 멀티미디어에는 언어가 포함돼 있습니다. 현재 ISO에서도 MPEG 그룹이 있지만 언어 전문가가 없어 이 분야에 대한 표준화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로마리 의장은 “세계에서 언어 자원의 표준화를 주도할 그룹은 SC4 그룹 뿐”이라며 “전자상거래와 e러닝 등 IT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다국어 정보 디지털화 및 표준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기 위해선 SC4 그룹 회원국으로 활동 중인 각 나라별로 IT 관련 기업 및 연구소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를 수용, 문서나 정보 처리 운용 측면에서 각국별 언어 표준을 제공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마리 의장은 현재 SC4 그룹 간사국을 맡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려대 이기용 명예 교수가 추진 중인 언어자질 구조 프레임 워크 및 관리 방안 등이 조만간 국제 표준화 방안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 참가한 한국대표단에 대한 바램을 얘기하자 “한국이 간사국으로서의 역할을 주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한국 산업계에서도 표준화 조직 활동에 적극 참여해 줄 것 ”을 당부했다.
파리(프랑스)=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