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온라인게임은 컴퓨터로 즐기는 오락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한다는 중국인들의 사고가 그대로 반영된 주요 산업중의 하나입니다. ‘육성’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중국에 와서 비로서 느꼈습니다”
NHN이 중국 아워게임과 1억 달러 (한화 약 1200억원)를 투자해 설립된 합작사 아워게임에셋의 김창근 부총재는 중국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한다. 우리나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정부의 혜택이 기업에 지원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올림픽에서도 세계 2위로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드러낸 중국이 게임을 99번째 스포츠종목으로 선정할 만큼 게임에 두는 의미는 각별하다.
그렇다고 게임을 스포츠로만 여기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부를 채우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사업자는 국가산업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정부의 지원도 대단하다. 벤처로 성장한 유명 퍼블리셔는 실제 사무실 입주가 거의 공짜나 다름없을 정도로 특혜를 입고 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중국의 최대 메신저 업체인 ‘QQ.com’은 게임사이트도 운영한다. 이 회사의 메신저는 최대동시접속자 600만명을 자랑할 정도로 크다. MSN메신저를 능가하는게 목표이다. 그 목표 실현도 얼마남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게임사이트는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해준다. 이를테면 도박사이트다.
도박을 철저히 금지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도박사이트를 허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러나 실상은 도박사이트가 묵인되고 있다. 중국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안다. 하지만 경고라는 것이 ‘하지말아라’라는 말뿐, 그 이후의 제재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게임을 한국에 내줄 수 없다는 대명제가 우선했기 때문이다. 도박성이 강한 게임에 유저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QQ.com’은 순수 국내자본인데 반해 여타 게임사이트는 외국의 자본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자국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도박사이트마저 묵인해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QQ.com이 자생력을 가지게 되고, 타 게임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서서히 도박사이트를 금지시킬 것이다. 법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는 있다. 자국 게임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보호의 벽’을 쳐 주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모습이다.
아워게임에셋의 김정호 총재는 “만일 아워게임이 ‘QQ.com’과 같은 게임사이트를 개설했다면 아마 제명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그는 “중국은 한국의 게임 디자인기술이나 기획력을 부러워 하는 반면 한국 게임에 대한 경게심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중국의 게임제작 기술은 2∼3년내 한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발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거대하다. 그렇다고 모두가 군침을 흘릴만큼 결코 호락호락한 시장은 아니다. 자국의 산업 육성을 위해 범법행위도 눈을 감아줄 수 있을 만큼 경제발전에 올인하고 있다. 또 게임 유저 또한 그러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우리나라와 같은 게임중독의 사회문제도 발생하지만 산업육성에 밀려 별 문제시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 체육총국은 온라인 게임이 두뇌개발에 좋다며 온라인 포커게임 대회도 개최할 정도이다.
중국은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 경제발전이 최대과제이고 약간의 사회문제가 있더라도 국가적으로 돈이 되는 것이면 한시적으로 묵인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중국과 한국의 게임문화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않다. 우리나라의 게임문화가 부정적 요소에 의해 지배된다면 중국은 정부가 게임문화를 만들어 간다. 필요하다면 보다 건전하게 만들수도 있다.
차이나라디오인터내셔널 자오쉐메이 기자는 “중국의 경제발전은 하루가 다르다. 게임 역시 산업의 한 부류로 중국산업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산업 우선의 정책으로 게임산업이 정상궤도에 오른후 게임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이다. 따라서 현재는 게임문화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일부 게임으로 인한 사회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이용자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을 두고 양국간 인식은 크게 차이가 난다. 중국은 육성하고 우리나라는 규제한다. 중국은 산업이고 한국은 청소년 유해매체라는 인식이 강하다. 김정호 총재는 “이대로라면 한국의 게임산업은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며 “중국은 시장이 클 뿐 아니라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 역시 교육과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매체로 오히려 활동영역이 넓다”고 말했다. 물론 자국 게임인 경우에만 그렇다. 산업적 측면이 강해 한국 온라인게임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게임은 유해매체물의 시각도 없을 뿐 아니라 그에 앞선 산업이다. 게임문화 역시 자율적이다. 자율적인 게임문화와 산업경쟁력까지 갖춘다면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설땅이 없다. 인터넷 인구만 8000만명이 넘고 웬만한 게임은 동접자 10만명을 넘나드는 거대시장 중국을 앞에두고 안방에서 발목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오래 못가 중국 의 게임을 역수입해서 사용하는 풍경도 머지 않은 듯 싶다. 그 때 어떤 이유로 게임의 역작용에 대해 설명할 것인지 암담하기만 하다. 시장도 뺏기고 문화도 뺏기는 상황극이 펼쳐질 날이 눈앞에 그려진다.
지금 동북아를 둘러싼 게임산업 지도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중국의 ‘게임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서서히 수면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다. 베이징=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인터뷰-김정호 아워게임 총재
“중국의 게임은 개발사가 혼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와 회사, 개발자 모두 나서 공동개발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게임 개발후부터 온갖 규제의 칼을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죠. 어느 국가의 게임산업이 더 발전 할 수 있느냐는 불보듯 뻔합니다”
김정호 아워게임에셋 총재는 지난 두달여간 중국 게임시장을 보고 적지 않이 놀랐다. 중국의 게임산업 육성 의지는 익히 알았지만 막상 현지에서 지켜본 중국은 게임개발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아워게임에셋의 최대동접자수가 60만명이라는 김총재는 “한달평균 1600만명의 게이머들이 온라인게임에 열광하고 있는 거대시장을 자국의 업체들에게 안겨주려는 정부의 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며 “NHN이 중국 아워게임과 합작한 것도 외국인에게 사업의 기회를 잘 주지 않는 거대시장 중국을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지 않다. 중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 특히 엔터테인먼트에 많은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짙다고 강조한 김 총재는 “어줍잖이 중국풍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확실한 한국적인 게임이 오히려 중국시장에 잘 먹힐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이든 중국의 것으로 만드는 ‘중화사상’이 뿌리깊게 내려온 중국시장에서 게임문화는 또 다른 중국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