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안업계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이 토털 보안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제품 판매에 주력해온 국내 주요 보안업체들이 고객사의 사이버 안전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고객사가 보안 제품의 종류나 브랜드보다는 얼마나 인터넷 침해사고를 잘 막을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짐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 몇몇 대형 보안업체는 토털 보안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상당수의 보안업체가 이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토털 보안 서비스가 국내 보안업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털 보안 서비스는 대세=백신업체들이 토털 보안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6월 발표한 토털 보안 서비스인 ‘온디맨드 보안서비스’를 최근 LG필립스LCD에 처음 공급했다. 하우리 역시 지난 7월 기술영업팀을 만들고 보안 서비스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방화벽이나 침입방지시스템(IPS) 등을 판매하고 있는 네트워크 보안업체들도 토털 보안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시큐아이닷컴은 방화벽, IPS, 취약점분석솔루션 등 자사가 갖고 있는 각종 보안 제품을 이용한 토털 보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퓨쳐시스템은 방화벽과 가상사설망(VPN), IPS 등을 조합해 비슷한 서비스를 내년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최근 어울림정보기술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동혁 넷시큐어테크놀러지 사장도 12월까지 양사의 제품을 이용한 토털 보안 서비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포섹도 기존에 제공하던 보안 컨설팅과 보안 관제 서비스에 예방 측면이 강한 위협관리서비스를 도입해 서비스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복합적이고 지능적인 위협으로부터 네트워크 환경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환경에 맞는 일관된 정책과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이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점차 늘고 있어 국내 시장도 제품 구축 중심에서 사후 관리 등의 서비스 기능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 재편될 듯=보안업계의 이러한 추세는 토털 보안 서비스가 개별 제품 판매에 비해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안 제품의 경우 다른 IT 제품에 비해 유지보수 비용을 받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를 정상화시킨다는 순기능도 포함돼 있다.
김광태 퓨쳐시스템 사장은 “국내 고객은 유지보수에 매우 인색하지만 과거보다는 인식이 상당히 변했다”며 “토털 보안 서비스가 보안 제품의 유지보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털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이른바 보안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라는 점은 업계의 재편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토털 서비스에 필요한 인력이나 제품을 모두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 보안업체는 좋은 제품이 있는 중소 보안업체를 찾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협력 관계가 맺어지고 협력의 폭이 넓어지면 인수합병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비스 정책과 사용자 인식 제고가 관건=토털 보안 서비스에 필요한 구체적 정책이 부족한 점은 선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 토털 보안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보안업체는 사고 피해 보상이나 다양한 비용 모델 등 필수적인 항목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아직 국내 고객의 인식 수준이 낮다는 사실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국내에서 토털 보안 서비스 사업을 한 모 외국 보안업체의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상당히 반응이 좋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유료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한국 고객들은 보안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