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에 ‘정보기술(IT)을 통한 경영혁신, 즉 정보화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투자 대안인가?’ 하는 화두는 아직도 명확하게 풀리지 않은 숙제다. 정보화가 기업 경영을 효율과 효과 측면에서 어떻게 지원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 정보화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이의 실현을 위한 정확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외의 모든 영역은 비용 요소라고 정의했다. 피터 드러커 논리에 의하면 정보화란 이노베이션 범주에 속한다. 통계학·산업공학 등 과거 산업화 시대의 대표적인 혁신 기법들이 산업화 사회 이후 정보화란 단어로 집약되어 왔으며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의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이후 그 적용 속도와 적용 영역은 빠르게 확산됐다.
고전적인 기업의 경영자원인 3M(Man, Machine, Money)에 이제는 정보가 새로운 자원 요소로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내 정보화 활동이 강화되면서 정보화의 역할 역시 지속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운영 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단순 응용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기능 지원차원의 자동화 단계에서, 표준화된 정보기술의 플랫폼을 통해 기업 조직내 산재된 응용시스템을 통합하고 시스템을 통한 기업의 조직적 통합을 이루는 단계를 거쳐, 정보기술을 통한 프로세스의 재설계, 공급자 및 구매자, 중간상 등을 포함한 사업관련 네트워크의 사이버상에서의 통합, 나아가서는 정보기술을 통해 사업영역의 모델을 재편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즉 기업의 정보화는 IT고도화를 발판 삼아 통합(Integration), 협업(Collaboration), 동기화(Synchronization)라는 요건 달성을 통해 기업 내에서 핵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고전적인 기업의 기능을 새롭게 구성해 가고 있다. 정보화가 기업의 경영에 어떠한 효익를 가져다 주는 가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 학자들과 컨설팅 기업을 포함한 IT 관련 전문 기업을 통해 진행돼 왔다.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는 미시경제학이론을 경제통계 데이터베이스에 적용, 정보화가 기업의 재무적 생산성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 국방성(Department of Defense) 최고정보책임자(CIO) 였던 폴 스트라스만(Paul Strassmann)은 정보화의 경영 효율에 대한 기여도를 통해 정보화의 효익을 밝히려고 시도했다.
반면 컨설팅 관련 전문업체들이 나름대로 정보화와 관련된 투자대비효과(ROI: Return on Investment)의 체계를 제시하고 있으나 정보화에 대한 과대평가, 평가체계의 논리적 비현실성, 실용성의 문제 등으로 인해 정보화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경영진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정보화의 성과평가 체계에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핵심요소가 있다. 하나는 정보화의 성과를 표현하기 위한 측정단위의 적절성이고 다른 하나는 성과평가체계의 현실성이다.
정보화와 관련된 측정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측정 단위는 재무적 단위인 돈이다. 이와 같은 재무적 단위가 경영진에게 정보화의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최선의 표현 방식으로 여겨져 왔지만 성과에 대한 재무적 표현을 위해 활용됐던 가정이나 제한 사항들이 오히려 재무적 표현의 현실성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많은 경영진들이 정보화에 대한 재무적 성과에 대한 불신을 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됐다.
또 성과평가 체계의 현실성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이 처해 있는 현재 위치가 단순 자동화 단계 수준의 정보화가 요구되는 상태인지 아니면 사업모델의 재편을 필요로 하는 변환의 단계인지에 따라 성과평가체계의 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반영하지 못한 체계는 기업 조직 내에 정보화 성과에 대한 명확한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경영활동은 본연의 핵심역량을 통한 이익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에서 정보화에 대한 가치평가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급격한 기술발달에 대한 수용 여부와 정보화 투자에 대한 합의된 기준의 부재, 정보화 투자와 관련해 기업 내에 존재하는 비즈니스와 IT의 두 가지 언어의 불일치 등의 문제를 인정해 근본적인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
정보화에 관련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는 △ 경영 및 사업전략과의 일치성 △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품질향상 기여도 △ 정보기술 기반구조의 개선 수준 △ 매출향상, 비용절감, 활용정보의 품질 등의 기대 효익△ 대상 업무 및 기술 중에 내포된 위험요소 등과 같은 항목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고려 사항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와 관련해 이와 같은 항목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기업에서 발생하는 정보화 프로젝트의 60%가 IT 관련 조직이 아닌 일반 사업 조직에서 발의되고 있다.
이는 시스템 개방성과 통합성, 솔루션 복잡성과 IT 아웃소싱 활성화 등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IT 프로젝트는 비즈니스 프로젝트 영역으로 이해해야 하며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오너쉽이 전달돼야 한다. 비즈니스 혹은 사업 관련 인력과 정보기술 관련 인력간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의사소통이 부족하게 되는 원인은 IT 전문가들은 시스템의 기능, IT 능력과 관련된 표현을 좋아하며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시장, 시장점유율, 판매, 고객만족 등의 표현을 자주 쓰게 된다.
따라서 이들 두 영역사이의 의사소통 언어로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돈(Money)이라는 재무적 단위를 활용하거나 상호간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핵심관리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보화의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표준화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영역과 정보기술 영역에 중립적이며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하며 반복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와 같은 체계는 측정 가능한 지표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재무적 영역에만 한정돼 관리지표가 개발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균형성과지표(Balanced Scored Card)의 개념을 활용, 재무적 영역 외에 대고객 영역과 내부 프로세스 영역, 혁신과 발전 영역에 대해서도 핵심관리지표를 개발 관리함으로써 통합적 관점의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화의 가치평가 체계가 제대로 활용되는지, 의도한 결과가 전달되는지, 의도되지 않은 영향이 있는지, 예상된 효익이 발생하는지, 가치평가 체계가 기업의 현상황과 정보화의 연관관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정 및 수정이 필요한 경우 체계를 보완하면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한 번 정의된 정보화의 가치평가 체계 중에서 정량적으로 표현되는 수치를 통해 기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매년 지속적으로 점검, 기업이 경영혁신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연 단위의 정보화 수준에 대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구조하의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통제 구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회사 규모에 따라 기업내 정보화 및 경영혁신과 관련된 위원회의 숫자는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선진기업들은 IT Council, IT Investment Board 등과 같은 다양한 위원회 및 통제구조를 통해 정보화 활동을 평가· 통제하고 있다. 네슬러(Nestle)의 GLOBE (Global Business Excellence)와 같은 정보화 기반의 대형 혁신 프로젝트의 경우, CIO 보다 많은 권한을 가진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를 별도로 선정, 장기간 과제를 진두지휘했다.
기업은 성과에 대해 기다리는 데 인색하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등 대부분의 투자 활동에 대해 조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보화 투자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유는 정보화 성과라는 단어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단기적 차원의 고객관계관리시스템 구축과 같은 결과의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중장기적 차원의 고객 재구매율 향상과 같은 결실의 의미이다. 결과를 신속하게 얻기 위한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결실을 너무 조급하게 얻으려다 정보화에 대한 결실은 맛보지 못하고 불신만 얻어가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tychung@cj.net
필자 정태영
◇1987년 고려대 산업공학과 졸업
◇1990년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석사
◇1995년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박사
◇1995년∼2000년 삼성SDS 컨설팅/그룹정보전략
◇2000년∼2003년 지앤텍 이사(기획실/컨설팅사업본부)
◇2002년∼2003년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
◇2003년 11월∼현재 CJ시스템즈 그룹정보화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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