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총책이었던 고위 임원이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마케팅 최고책임자로 자리를 옮기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 및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을 담당하던 김병국 부사장이 조만간 인텔의 마케팅 최고 책임자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며, 후임에는 P&G와 켈로그·존슨&존슨 등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이종석씨(미국명 그레고리 리)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뉴욕 벤처 캐피털에서 일하다 5년 전 삼성전자로 옮겨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을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매트릭스 2’에 삼성전자가 만든 ‘매트릭스 휴대폰’을 등장시켜 전세계적인 흥행을 일궈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전명표 부사장이 맡았었던 디지털솔루션센터(DSC)까지 맡아 왔다.
이처럼 삼성전자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던 김 부사장이 갑작스레 ‘경쟁’ 관계일수도 있는 인텔로 이적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와 관련해 “이달 중순이 계약만료 기간이지만 재계약을 안 한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국적(미국명 에릭 김)인 김 부사장이 국내에 들어온 지 5년이나 돼 진작부터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의 한 측근 임원은 “큰 아들이 미국 대학에 재학중이고 둘째도 대학 입학 시기가 도래해 미국으로 가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삼성전자의 설명과 달리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의 이적이 인텔의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전세계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총지휘했던 데다 최근에는 홈네트워크 또는 유비쿼터스를 전담하는 DSC까지 총괄했다는 점이 인텔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도 “개인용 컴퓨터(PC)에서 기술발전을 얻은 인텔이 TV와 다른 소비자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부분으로의 성장을 꾀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김 부사장의 영입이 추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인텔은 디지털 리빙 네트워크 얼라이언스(DLNA)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 관계에 있어 김 부사장의 이번 이적이 양사 간 시너지 발휘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영하기자@전자신문, y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