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프로젝트 수주 관행 변화 가속화

정보화전략계획(ISP) 등 선행 사업을 수행한 업체가 본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선행 사업 수주=본 사업 수주’라는 비즈니스 패턴에 균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ISP 등 선행 사업에서 다소 손해를 감수하고 본 사업을 통해 손실을 만회해온 SI업계의 사업 추진 방식도 바뀌고 있다.

 올해 추진된 공공 부문 ISP 프로젝트가 SI업계의 외면으로 잇따라 유찰된 것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황=선행 사업이 본 사업 수주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은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전자정부·국방·지리정보시스템(GIS) 등 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6일 본격 가동된 경찰청 운전면허시험관리단 통합정보시스템은 삼성SDS가 지난해 ISP를 수행했지만 본 사업은 현대정보기술이 맡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실시된 감사원의 전자감사(e감사) 시스템 구축 1차 사업 입찰에서는 삼성SDS가 지난해 ISP를 수행했던 포스데이타를 따돌렸다. 감사원이 2004년과 2005년 2∼3차 사업을 추진할 방침인 가운데 후속 사업 수주전에서 양사 간 자존심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국방 정보화 사업 가운데 단연 SI업계의 관심을 모은 공군의 차세대 전술전략체계인 전쟁연습모델(워게임)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포스데이타가 ISP 수립 사업을 수주한 KCC정보통신과 맞대결 끝에 사업권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추진해온 종합전산화 사업은 사업 단계별로 사업자 희비가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종합전산화 사업에 앞서 추진된 ISP는 동양시스템즈가 수행했지만 1차 사업은 LG CNS에, 2차 사업은 삼성SDS에 돌아가는 등 사업자 바뀜 현상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향후 추진될 사업에 대해 어느 누구도 쉽게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5월 국세청 현금영수증카드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서 LG CNS와 맞대결 끝에 고배를 마셨던 삼성SDS는 6월 국세청의 국세통합시스템(TIS) 웹 개발 3단계 사업에서 LG CNS와 재격돌,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국세청 TIS 웹 개발 사업은 LG CNS가 ISP는 물론, 1∼2단계 프로젝트를 휩쓸어 왔던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GIS 및 도시정보시스템(UIS)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2006년까지 총 133억원이 투입되는 용인시 GIS 1단계 사업은 ISP를 수행한 삼성SDS가 수주했지만 1차 사업권은 SK C&C에 돌아갔다. 또 지난해 포스데이타가 완료한 UIS 구축 기본계획에 의거, 추진된 광양시 UIS 1단계 사업도 SK C&C가 따냈다.

 ◇배경 및 전망=이 같은 현상은 극심한 IT 경기 침체 속에 각급 기관이 추진하는 정보화 프로젝트가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SI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즉 대외 사업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린 SI업체들이 경쟁업체가 선행 사업을 수주, 유리한 입지를 점한 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기피했던 과거의 소극적 전략을 탈피해 적극적인 수주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SI업계는 선행 사업 수주가 본 사업 수주를 장담하던 관행이 붕괴되는 현상은 심화돼, 이에 따라 본 사업 수주를 통해 선행 사업의 손실을 상쇄하려는 시도는 더욱 더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처럼 선행 사업과 본 사업 수주자가 엇갈리고 향후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이미 ISP를 완료한 삼성SDS(철도청 ERP)와 현대정보기술(전자정부 통신망 고도화), 포스데이타(식약청 식·의약 정보서비스)를 비롯해 ISP를 수행중인 쌍용정보통신(전자문서 유통체계 고도화) 등 SI업계는 향후 본격화될 본 사업 수주 경쟁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