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기 힘드네’
첨단기술 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위해 명칭 변경을 고려했던 제일모직과 요업기술원이 개명 작업을 포기하거나 보류하면서 이들 기관의 새 이름 찾기는 중단되거나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제일모직(대표 제진훈)은 화학 분야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은 데다 전자재료 사업 등 첨단 분야를 미래 산업으로 집중 육성키로 하면서 한때 ‘삼성’ 브랜드를 넣어 사명을 변경하는 것을 고려한 바 있다.
제일모직이란 사명에 섬유·패션 사업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배어있어 상대적으로 신사업이 빛을 잃기 때문이다. 또 ‘삼성’이라는 사명이 가진 브랜드 가치가 상당하다는 것도 장점. 더구나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비전을 제시할 계획이어서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전문 컨설팅 업체에 새 브랜드 의뢰까지 맡겨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데다 오늘날 삼성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이 있어 쉽사리 바꿀 수 없다는 의견이 강해 결국 사명 변경은 없던 일이 됐다.
요업기술원(원장 정수철)도 도자기 등 전통 요업뿐 아니라 파인세라믹스에 기반한 첨단 부품소재 연구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살리고자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이다. 그렇지만 수도 이전 및 이에 따른 공기관 이전이란 돌출 변수로 지지부진한 상태. 이 기관은 홈페이지 등에 ‘요업(세라믹)기술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공식 명칭은 여전히 요업기술원이다. 또 산업자원부 출연연구기관인 요업기술원이 이름을 바꾸기 위해선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등 절차도 까다롭다.
게다가 정부의 수도 이전 정책이 본격화되고 공기관들도 지방 이전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면서 개명 문제는 더욱 멀어진 상태. 그러나 요업기술원은 이름에 상관없이 첨단 부품소재 분야의 연구는 계속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