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컴퓨팅 기업들이 국산제품에 비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기업용 솔루션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중견·중소기업(SMB)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그동안 이 시장을 텃밭으로 사업을 전개해 온 국내 솔루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SAP, 한국오라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외산 솔루션업체들은 기존 제품의 기능 중에서 중소기업에 적합한 모듈만을 골라 별도의 패키지로 만들어 국산의 절반 이하의 파격적인 가격에 제안하고 있다.
이 같은 다국적기업들의 공세는 SMB시장에서 자사 솔루션의 성능이 뛰어나지만 국산 솔루션에 비해 가격이 비싸 중견·중소기업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다국적 기업의 SMB 패키지가 전사자원관리(ERP)에서 시작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스템관리툴(SMS), 백신제품 등 기업용 솔루션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용 솔루션업계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SAP는 이달 5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3500만원의 ERP 패키지 제품인 ‘SAP 비즈니스원’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가격은 일반적인 국산 중소기업 ERP 패키지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SAP는 현재 약 20개 사이트를 확보했으며 올해 말까지 50여개의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오라클 역시 DBMS 제품인 ‘스탠더드 에디션 원’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서부터 유지보수까지 포함해 유닉스용 국산 DBMS 공급가격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유저당 21만4000원이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한국오라클은 DBMS에서 ERP, 미들웨어 등 다양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한 데 묶은 ‘e비즈니스 스위트 스페셜 에디션’을 라이선스료, 컨설팅, 하드웨어를 포함해 최소 1억원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약 250종의 소프트웨어를 1인당 가격 체계로 정비한 ‘자바엔터프라이즈시스템(JES)’ 패키지로 SMB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JES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웹서버·인증서버 등을 묶어 산출된 가격에 사용자 수를 곱한 가격에 공급된다. 한국썬 측은 기존의 외산 및 토종 제품에 적용되는 라이선스 방식에 비해 약 60∼70% 수준(최소 100명 기준 1500만원)에서 시스템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썬은 최근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이화여자대학교를 레퍼런스 사이트로 확보했다.
유닉스 기반의 DBMS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MS-SQL을 기반으로 기업용 솔루션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보안 시장에 진출하면서 방화벽 제품을 국산의 3분 1 수준인 170만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병희·이정환기자@전자신문, shake·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