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e메일 상담, 홈페이지 운영은 기본이다.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 진료’나 ‘모바일 병원’처럼 IT를 진료나 연구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 인식하는 의사가 있다.
90년대 초반 국내 대부분 병원의 부인과 주요 관심사가 불임클리닉에 맞춰져 있었을 때 그 관심사를 종양으로 바꿔 놓은 이제호 박사(삼성병원 암센터장·59)가 그 주인공이다.
이 박사는 현재 대통령 자문기구인 과학기술위원회 기획조정위원을 맡고 있는 것을 비롯해 국무조정실 산하 과학정책평가위원회 그리고 과학기술위원회 연구개발 전문위원과 나노기술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지난해 출범한 ‘건강한 사이버 문화를 연구하는 모임’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다.
부인과 암 전문가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 박사의 IT에 대한 관심은 지난 81년 유전자 관련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병원 내 데이터를 직접 DB화해 논문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20년이 지나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에도 국내 의료진 중에서 본인이 펼치고 있는 의술활동에 바이오 기술이나 IT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80년대 국내 임상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자생물학적 연구기법’을 활용해 종양 관련 유전자연구를 주도해온 이 박사는 4년 전 성균관대에 BT를 접목시킨 ‘분자치료연구센터’를 가동, 과학기술부 과학재단에서 운영하는 지정 우수연구센터로도 선정됐다.
“NT나 BT처럼 IT가 과학과 좀 더 가까워지고 이에 관한 비전도 보다 가시화될 것”이라는 이 박사는 “무엇보다 대학의 연구개발이 기술혁신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아이템을 단순히 나열하지만 말고 집중과 선택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X레이 필름이 없는 병원부터 처방전 전산화, 의무기록 전산화 그리고 모바일 병원까지, 이 박사가 생각하는 차세대 의료환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박사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의료 환경(U-헬스케어)을 대비해야하는 데 IT만 발전한다고 되겠느냐”며 “논란이 많은 건강보험제도가 향후 IT와 접목된 의료환경에서 어떻게 운영되어야하는지 고민하면서 법적·제도 개선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딜로이트·KPMG 등 유명 시장 조사기관에서 나온 의료산업에 관련된 컨설팅 리포트가 쌓여있는 연구실에서 이 박사는 “원격 의료야말로 정년 없는 의료활동을 보장하는 기본 인프라”라며 “IT에 대한 관심과 연구활동이 이어지는 한 내겐 정년은 없다”고 의욕을 보였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