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보-기술거래소, 기술평가 주두권 싸움

‘기술벤처에 대한 최고의 기술평가 기관 자리는 우리가 차지한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사장 박봉수)과 기술거래소(사장 연원석)가 기술평가 시장을 놓고 대접전을 벌일 태세다.

 두 기관은 이미 기술평가 업무를 펼쳐왔지만 그동안은 여러 기능 중 하나로만 여겨져 왔다. 따라서 평가결과의 대외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7월 7일)과 기술사업화 촉진대책(9월 2일)을 통해 양 기관을 각각 기술평가 전문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두 기관은 대대적으로 조직을 정비하는 등 최고 기술평가기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을 시작했다.

 기술신보가 재정경제부 산하이고 기술거래소가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경쟁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술신보, 시장 선점=지난 7월 초 정부의 대책 발표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기술신보는 단장(이인구 이사)을 선임하고 기술평가단 조직 정비를 마치는 등 본격적인 평가·인증 업무를 앞두고 있다. 특히 시장 선점의 일환으로 내달부터는 인증서를 바탕으로 자체 보증업무를 한다는 계획. 금융기관에서도 가능한 한 빨리 인증서가 통용될 수 있도록 협약에 나서고 있으며 내년 초부터는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술거래소, 내실이 우선=기술신보가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기술거래소는 내실을 다지는 데 노력중이다. 현재 기술평가를 위한 종합 경영혁신 방안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검토한 후 이르면 내달부터 조직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특히 기술거래소는 현재의 명칭이 기술평가기관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 ‘기술거래평가원’ 등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적극 고려중이다. 아울러 기술평가 결과물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평가인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현재 20명 수준인 평가인력을 2006년까지 80∼100명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산자부 이창한 산업기술정책과장은 “기술 평가가 단순히 평가에 그치지 않고 대외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네트워크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인프라를 확실히 갖춘 후 평가업무에 나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두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기술평가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를 통해 우수 기술이 있는 기업들에 자금 지원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이 보증한 기술인증서를 통해 대출을 받은 기술벤처들의 성과는 2∼3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일각에서 “두 기관이 고객 확보 경쟁에만 나설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두 기관이 정부에 재정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철저하게 평가하고 책임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