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아버지에게 대들고 사고만 치던 말썽꾸러기였죠. 그래서 더 잘하려 했습니다. 부모님께, 주위에서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MBC게임 스타리그에서 사상 초유의 3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운 ‘치터테란’ 최연성이 우승 직후 밝힌 소감이다.
다른 때와 달리 떨리는 음성이 아닌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게임하는 것을 유독 못마땅해 하셨어요.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 막 대들기도 했죠. 지금은 가장 큰 조력자로 대회 때마다 와주시는데 오실 때마다 이상하게 다른 감정이 생겨나네요.” 우승 소감으로 가장 먼저 아버지 얘기를 꺼낸 이유였다.
축하 세레모니로 우승컵에 따라준 와인을 2모금 마셨는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주당처럼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술은 거의 못한다고 한다. “소주 3잔 정도만 마시면 아찔해져요. 별로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이렇듯 최연성의 본 모습은 외부에 비춰진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물량 전으로 한방에 밀어붙이는 화끈한 플레이 스타일, 185Cm의 훤칠한 키에 꽉 다문 입과 매서운 눈매 등 방송 화면에 클로즈업된 그의 모습은 패기와 자신감으로 넘쳐나는 특A급 스타 프로게이머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그것은 프로게이머 최연성의 모습이다. 20대 청년 최연성의 속은 전혀 달랐다. “집을 사고 싶어요. 먼저 나만의 독립된 공간을 마련한 후 차근차근 하나씩 내 공간을 키워 가고 싶어요.”
지난 MSL 2차 리그 때 그는 우승상금으로 가장 먼 하고 싶은 것이 ‘내 집 마련’이라고 밝혔다. 세련된 스포츠카나 오토바이가 아니었다. 이번 우승 상금 2500만원도 집을 사는데 보탤 계획이다. 최연성은 오래전부터 집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대회 상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어렸을 때 가난했거든요. 갖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참아야 했죠.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요. 집 외에 다른 것은 나중에 사도 충분해요. 하지만 집은 내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기본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준비해야 돼요.” 10대 시절 보인 반항아적인 행동은 지금 자신만의 집을 마련해 독립된 공간에서 살고 싶은 나름의 생활관으로 바뀌었다.
또 하나, 그는 무척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다. 이것 역시 언뜻 ‘치터테란’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키보드가 조금만 비뚤어져 있어도, 마우스 패드의 긁는 느낌이 조그만 달라도, 모니터의 각도가 약간 틀어져 있어도 게임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래서 같은 팀 소속 동갑내기 박용욱과 결승전에서 만난 것이 예민한 최연성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팀 합숙소에서 함께 연습하기가 껄끄러워 혼자 PC방에 가서 연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겨야겠다는 승부욕은 그만큼 더 강해졌다. “개인적으로 다른 팀 선수와 붙기를 원했어요. 불편한 게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경쟁심이나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죠.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잖아요.”
10대 반항아였던 그가 섬세한 감성의 프로게이머로 최고 스타가 되기까지에는 이처럼 냉정한 프로의 세계를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는 치열한 승부 정신이 깔려 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