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김학선 세중게임박스 사장

세중게임박스의 김학선 사장은 예상과 달리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최근 계절적인 영향으로 콘솔 게임기 판매가 다소 부진한 상황인 데다 김 사장을 만나기 앞서 그가 굳이 본인을 인터뷰할만할 일이 있겠냐며 완곡하게 인터뷰를 미뤄달라고 했던 터였다.

# X박스는 필수 가전제품

“신규 사업은 처음에는 반드시 내려갔다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현재 X박스 판매량이 예상보다는 조금 못 미치지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길게 잡아 2년 정도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을 봅니다.”

김 사장은 세중게임박스의 게임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바닥을 치고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콘솔 게임 사업에 대해 낙관하는 것은 최근들어 국내 게임업체들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콘솔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콘텐츠 자체도 우량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경기가 살고 콘텐츠가 보강되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X박스를 게임기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X박스는 셋톱 기능에 VOD 기능까지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입니다.”

특히 김 사장은 X박스가 한 가정에 한대씩 있어야 하는 필수 가전제품이기 때문에 X박스의 장점만 제대로 알려지면 X박스 보급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판단이다.

최근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불법복제나 중고유통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소프트웨어 산업도 지금까지 불법복제가 계속 이어졌으면 고사했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눈덩이를 굴릴 때 처음에는 연탄에 눈을 묻혀야 하는 것처럼 불법복제가 콘솔게임 산업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많은 사람들이 디빅스를 즐겨도 영화사가 망하지 않았고 ‘닌자 가이덴’ 같은 소장가치가 뛰어난 게임은 누구도 복사해 즐기지 않는 다는 점을 들었다.

# 진솔한 대화로 안티 세중 마음돌려

세중그룹의 게임사업을 이야기 할 때 그를 빼놓을 수 없다.

“게임사업 진출을 위한 기획서와 제안서를 직접 작업했고 일주일 밤을 세워 제안서를 만들어 회장께 보여드리기도 했습니다.”

김 사장은 지난 2001년 7월 세중컨설팅의 전략기획본부장, 2002년 12월 세중의 IT 관계사 전체를 총괄하는 기획본부 구조조정실을 맡으면서 세중게임박스의 밑그림을 직접 그렸고 2003년 4월에는 아예 사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특히 그는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세중게임박스 설립 초기 형성됐던 안티세중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는 리더십을 보여줘 안팎의 시선을 모았다. 입소문 마케팅이 중요한 게임 업계에서 안티세중은 잘못하면 사업 자체를 그르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안티세중,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 세중게임박스 등 3자의 관계자 40여명을 모아놓고 대화부터 나누었습니다. ‘모든 제품의 한글화는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한글화한다’는 식으로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세중게임박스는 사업초기 한글화 등 유통업체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으며 당시 소비자의 의견을 들을 만한 기본적인 의사소통 통로도 없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또 당시 기사를 통해 전자메일이 공개되면서 원색적인 욕설이 담긴 메일을 비롯해 첫날 800여통의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하지만 모든 메일에 대해 일일이 답장을 하는 정성을 들였고 이에 감동한 게이머들은 안티에서 우호세력으로 돌아섰다.

 한 게임 리뷰 전문가는 수시로 ‘이런 이런 게임이 된다’고 조언을 해주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또 김 사장은 X박스 라이브 채팅에 수시로 접속해 불특정 다수의 유저를 상대로 한 대화에 나섰다.

# 게임 잘하면 일도 잘해

“게임은 쉽게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직원들 중에도 게임을 잘하는 직원은 순발력이 뛰어나고 실수는 할지언정 추진력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어린이는 영리하죠.”

김 사장은 콘솔이란 콘솔은 모두 가지고 있을 정도의 게임 마니아다. 테니스 게임인 ‘탑스핀’과 같은 스포츠게임을 주로 즐기는데 직원들 중에 적수가 거의 없을 정도란다. PC 게임으로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를 자주 하는데 배틀넷에서 예전 아이디로 900승, 현재 아이디로 300승을 올렸을 정도다.

“아이들 게임하는 것을 말리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책보는 것처럼 게임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면 중독될 이유가 없습니다. ”

김 사장은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린시절 놀이 문화에 제한을 받고 늦은 나이에 접하게 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풀이한다. 실제 그는 슬하에 각각 10살과 6살인 딸과 아들을 뒀는데 딸과도 자주 ‘탑스핀’을 즐긴다고.

게임 마니아인 그이지만 게임을 업으로 하게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천신일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세중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회장님이 인력 네트워크를 독특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미국 오레곤 주립대에서 신문방송학을 한뒤 현지 유수의 언론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했었다. 이후 잠시 쉬자는 마음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세중과 인연을 맺고 아예 눌러앉게 됐다.

# 콘텐츠 분야 진출 검토

“MS의 비전이 세중의 비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MS가 큰 그림을 그리고 세중은 MS의 제품을 경쟁제품보다 빠르게 유통시키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고민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김 사장은 세중게임박스가 게임회사가 아닌 유통회사라는 점을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의 핵심은 하드웨어와 매체, 콘텐츠인데 하드웨어인 X박스와 매체인 X박스 라이브는 갖춰 놓았지만 콘텐츠는 아직 미약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현재 직접 개발, 퍼블리싱, 프로젝트 파이넌싱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검토하고 했다.

X박스 체험관인 세중게임월드는 김 사장에게 무궁무진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보배와 같은 존재다.

“사업 아이디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부산에서 게임월드를 열겠다고 찾아온 사람도 있고요. 일일이 찾아다니며 들어야할 아이디어를 한곳에서 듣는 것은 큰 잇점이죠.”

김 사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박수치는데 인색하다며 열심히 뛸 테니 꼭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